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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엉킨 타래를 천천히 풀어나가는 시간 여행 드라마

조회수 2020. 9. 21. 17: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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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올해는 유독 시간 여행 혹은 평행우주를 다루는 SF 장르물이 많이 보이는 듯하다.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테넷]부터 [더 킹 : 영원의 군주], [트레인]까지 SF 장르 안에서 액션, 로맨스, 미스터리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8월 말부터 방영을 시작한 [앨리스]는 시간 여행과 평행세계가 전부 등장한다. 앞서 말한 작품들을 전부 시청했으니 한 우물을 파는 마음으로 [앨리스] 역시 시청하기로 마음먹었다.


[앨리스]는 시간 여행자들이 머무는 공간 ‘앨리스’의 가이드였던 미래인 윤태이가 임신 사실을 알고 과거에 남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윤태이는 이름을 박선영으로 바꾸고 아들 박진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아가다, 정체불명의 시간 여행자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된 박진겸에게 시간 여행자들이 연루된 사건이 주어지고, 사건의 실마리를 쫓던 중 어머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윤태이를 만난다.


등장인물들의 설정이 독특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김희선이 미래와 현재의 윤태이 역을 연기하며 1인 2역을 선보이는데, 두 사람 모두 뛰어난 물리학자이지만 성격은 정반대로 묘사되어 헷갈릴 새가 없다. 주원이 연기한 박진겸은 시간 여행 시 통과해야 하는 방사능 웜홀의 영향으로 선천적으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며, 시간을 멈출 수 있는 특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곽시양이 연기한 박선영의 전 연인이자 ‘앨리스’의 팀장 유민혁도 빼놓을 수 없는데, 나이는 30대로 매우 젊지만 박진겸의 아버지로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출처: SBS

[앨리스]의 시간 여행 개념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시간 여행을 할 때는 타임카드가 필요하며, 미래에서의 1년 동안 현재에서는 29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점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하면 두 세계의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인이 과거로 넘어가서 살인을 저질러도 그가 사는 미래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새로운 우주가 생겨날 뿐이라는 평행우주 이론을 사용해 시간 여행의 모순을 해결한다. 또한 ‘앨리스’의 공식 통로를 통과하지 않고 다른 모종의 루트를 통해 시간을 넘으면 몇 시간 내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피부 발진이 일어난다는 점도 독특하다.


이러한 특징 덕에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더욱 다채롭게 그려진다. 드라마 상에서 다른 인물이라고 말하는 미래인 윤태이와 과거인 윤태이, 두 사람은 결국 동일 인물일까, 아닐까? 박진겸과 윤태이의 관계가 로맨스로 느껴질 법한 구도로 그려지면서 이 점이 더욱 기묘하게 다가온다. 시간 여행으로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흘러가는 탓에 부자지간이면서도 실제론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유민혁과 박진겸의 관계 역시 흥미롭다.

출처: SBS

그러나 ‘앨리스’ 가이드들이 등장할 때마다 책을 읽는 듯 어색한 연기를 선보여, 화려한 미래의 기술력과 액션이 무색할 정도로 몰입감을 흩뜨리는 요소가 되어 아쉽다. 게다가 이제 8화까지 방영을 마치면서 이야기의 절반에 다다랐는데, 서사의 전개가 생각보다 더디게 흘러가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첫 화에서부터 인물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시간 여행의 존재를 박진겸이 눈치채는 장면이 등장해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나 싶었으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 예언서와 또 다른 시간 여행자들에 대한 복선을 드문드문 보여주더니, 흥미가 희석될 만큼 한참이 지나서야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4화에서 현재 윤태이의 동료 과학자인 석오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예언서의 행방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6화에 가서야 미래인 윤태이와 연인 사이였던 유민혁이 현재의 윤태이와 조우한다. 8화에서 박진겸의 아버지 격인 고형석이 예언서를 향해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충격적인 내막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만, 예언서를 노리는 ‘선생’의 정체가 밝혀지려면 아직 갈 길이 한참 멀게 느껴진다. 너무 멀리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 여행 소재가 주는 흥미진진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모든 의문을 해소하고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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