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경기 중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EPTS'
축구를 좋아한다면 선수들의 등 뒤에 튀어나온 '이것'을 본 적이 있을 테다. 손흥민 선수는 경기 때마다 이것을 필수로 착용한다. 지난번 치러졌던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도, 토트넘에서 뛸 때도 마찬가지다.
육안상으로 선수들의 등. 양 어깨 사이에 작은 공 하나가 들어있는 듯하다. 실시간 중계 반응을 보면 '손흥민 선수 목뒤가 왜 저렇게 볼록해?' '목 뒤쪽에 뭐 들어있나요? 불편해 보이는데'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거북목이 심한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팬도 있을 정도다.
거북목 루머를 퍼트린 '이것'의 정체는 EPTS(Electronic Performance and Tracking System)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장비가 탑재된 조끼를 착용하고 있는 거다. 조끼 형태라 보기와는 다르게 불편하지는 않다.
EPTS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측정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이 기기를 착용하고 뛰면 선수의 활동 기록이 측정된다. 활동량, 최고 속도, 뛴 거리, 심박수 등을 체크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선수의 공수 방향, 슈팅과 패스 성공률, 가속도, 스프린트 횟수 등의 데이터도 수집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는 이런 정보를 통해 선수가 어디에 특화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떻게 쓸지 판단한다. 선수를 보다 디테일하게 분석,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표인 셈이다.
특히 선수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데이터를 통해 피로 누적 정도를 가늠할 수도 있다. 부상을 예상하고 컨디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처방'을 내리게도 해준다.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게 돕는 것.
선수들이 등 뒤에 달고 있는 기기는 GPS가 내장된 소형 웨어러블 측정기다. 초마다 측정된 선수들의 활동 범위는 위성을 통해 코칭스태프에게 단 30초 만에 전달된다. 코치진과 감독은 이 정보를 통해 작전을 짜고 선수에 지시한다. FIFA는 이 기기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늘어남에 따라 2018년 공식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독일 국가대표는 이 시스템을 잘 활용해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축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제는 실력뿐만 아니라 주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나눠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해외 프로 선수들은 이미 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주요 경기를 뛸 만큼 익숙해졌으며, 우리나라 국가대표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K리그도 공식 경기에 EPT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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