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 복고풍? 세가의 1.15인치 '게임기어 미크로' 어떻길래

조회수 2020. 7. 3. 0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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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가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를 선보인다. 이름은 세가 '게임기어 미크로'다. 1990년 출시한 세가 게임기어의 초소형 버전이다. 디자인도 닮았다. 작고 귀엽다. 아직 출시 전이지만 관심이 뜨겁다. 20세기의 향수를 자극해서일까. 하지만 관심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게임 기어 미크로 출시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30여년 전 세가 게임기어의 '실패'가 복고풍으로 재현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세가 게임기어 미크로

도대체 어떤 제품이길래 실패의 레트로라는 오명을 얻는 것일까. 게임기어의 계보를 잇는 만큼, 그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30년 전 세상에 등장한 게임 기어를 살펴보자.

1990년 10월 6일 일본에서 세가 게임기어가 발매됐다. 당시는 휴대용 게임기 시장이 태동하고 있었다. 닌텐도가 1989년(일본) 게임 보이를 출시하면서 게임 시장이 떠들썩했다. 닌텐도 게임보이를 위시한 휴대용 게임기 열풍은 유럽(1989년)과 미국(1990)까지 번졌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오늘날의 '모바일' 패러다임과 닮았다.

닌텐도 게임보이

닌텐도 게임 보이가 등장하고 나서 1년 뒤 세가도 이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 세가 게임기어다. 1985년 출시 당시 패밀리컴을 능가하는 사양으로 유명했던 세가 마크 3의 하드웨어와 동일 사양을 채택했다. 녹빛 창에 흑백 액정에 그쳤던 닌텐도 게임보이와 견줘 풀 컬러 LCD를 장착한 게임기어는 그야말로 휴대용 게임기 기술의 혁신을 이뤄냈다. TV 튜너를 옵션으로 제공, 휴대용 TV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1996년 3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1062만대를 판매한 세가 게임기어. 1000만대를 넘는 판매량이면 나름 '선방'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사람들은 게임기어를 떠올릴 때 성공보다는 실패라는 단어를 함께 상기한다. 닌텐도 게임보이 때문이다.

세가 게임기어

우선 판매량에서 너무 차이가 컸다. 북미 시장에서 세가 게임기어는 2위까지 오른적 있다. 하지만 1위인 게임보이와 격차가 너무 컸다. 판매량이 약 10배 정도 차이 난다. 1997년 단종된 게임 기어와는 달리, 게임보이는 게임보이컬러로 그 인기를 이어가고 2000년을 넘어서까지 팔렸다. 10년 이상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다. 2000년에 이미 누적 판매량 1억대를 돌파했다.

닌텐도 게임보이보다 1년 늦게 출시됐지만, 같은 시기를 풍미했던 세가 게임기어는 왜 게임보이의 벽을 넘지 못했을까. 혁신 기술이 오히려 성공을 발목 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단점은 경쟁 기기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TV 튜너로 휴대용 TV로도 쓸 수 있는 게임기어

휴대용 게임기를 표방했지만, 세가 게임기어는 닌텐도 게임보이에 비해 컸다. 같은 시대에 게임기어만큼 큰 휴대용 게임기는 아타리 링스 정도였다. 휴대성에서 일단 한번 졌다. 전지 소모량도 어마어마했다. 게임기어에는 AA 건전지 6개가 들어간다. 그런데 사용 시간은 3~5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AA 건전지 4개로 15시간 정도 게임할 수 있는 닌텐도 게임보이에 또 뒤처졌다. 충전지가 드물었던 시대인 만큼 건전지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로는 상당한 혁신인 '컬러' 화면도 문제였다. 세가는 북미 시장에서 게임기어를 광고할 때 '당신이 색맹이고 12세 이하의 IQ를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휴대기기(게임기)를 가졌든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그리고 색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개 사진을 썼다. 즉 닌텐도의 흑백 화면을 비난하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색맹 비하라는 비판도 감수할 만큼 세가는 게임기어의 '컬러'에 자신감이 있었다.

세가 게임기어 북미향 광고 포스터

하지만 컬러는 확실히 배터리를 많이 잡아먹는다. 게임 기어의 짧은 사용 시간도 이 컬러 디스플레이 탓이 컸다. 게다가 당시 잔상이 심하다는 것으로도 비판을 많이 받았다. 세가의 인기 게임이었던 소닉처럼 빠르게 게임을 플레이해야 할 경우 게임기어의 잔상은 '독'이었다. 세가가 그렇게 자랑을 하던 컬러 화면은 1998년 닌텐도 게임보이 컬러(GBC)가 채택해 큰 인기를 얻었다.

닌텐도 게임보이 컬러

가격 경쟁력에서도 닌텐도를 앞서지 못했다. 또 세가는 옵션으로 게임기어에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공했다. TV 오토 튜너 팩, 배터리 팩, 빅 윈도우(확대경) 등이 있었다. 재미있는 구성이었지만, 정작 모두 장착하고 나면 기괴한 형태의 게임기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세가의 엉뚱함은 세가의 장점이자 단점이었으며, 정체성이기도 했다. 이러한 세가의 매력에 빠져있는 게임 유저들도 많았고, 여전히 세가를 아름답게 추억하는 이들도 많다.

액세서리 풀세트를 장착한 게임기어

세가 게임기어 출시 후 꼭 30년만에-출시 날짜도 똑같다-세가는 다시 한번 이 엉뚱함을 발휘했다. 게임 기어 미크로의 사양과 판매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우선 게임기 크기가 너무 작다. 세로 80mm, 가로 43mm, 두께 20mm다. 거의 손가락으로 잡고 게임을 즐겨야 할 수준이다. 1.15인치 화면도 이슈다. 예전에 인기 있었던 다마고치 화면이 떠오른다. 온라인에서는 눈이 나빠진 세가 팬들을 위해 더 큰 화면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고 조롱하기도 한다. 더 재미있는 건 30년전에 옵션으로 판매했던 확대경(빅 윈도우)도 역시 별매한다는 것이다. 세가는 이 확대경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게임기어 화면 크기

판매 방식, 게임 패키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엉뚱하다. 게임기어 미크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은 △소닉 더 헤지혹, 뿌요뿌요 통, 아웃 런, 로열 스톤 △소닉&테일즈, 건스타 히어로즈, 실반 테일, 바쿠바쿠 애니멀 △여신전생 외전 라스트 바이블, 여신전생 외전 라스트 바이블 스페셜, 더 GG시노비, 컬럼스 △샤이닝포스 외전, 샤이닝포스 외전 2, 샤이닝포스 외전 파이널 컴플리트, 나조뿌요 아루루의 루 등 총 16개다.

왜 4개씩 나눴을까. 게임기어 미크로는 4가지 색상이다. 블랙, 블루, 레드, 옐로다. 색상마다 게임이 차례대로 4개씩 담겨있다. 즉 한 색상의 게임기로는 4가지 게임밖에 못한다. 16개 모두 플레이해보려면 4개 색상의 게임기어 미크로를 구매해야 한다.

세가 게임기어 미크로 라쿠텐 한정판

단순 세가 게임기어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한정판이라면 이해가 간다. 추억이 있다면 수집용으로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가격은 4980엔, 우리 돈으로 5만6000원이다. 하지만 게임 기어를 향했던 비판들이 다시 떠오르는 건 왜일까. 가령 "지금 시대에 저 정도 크기에 더 많은 게임을 넣을 수 있다"라든지, "게임기보다는 피규어에 가깝다"라든지 혹평을 어렵지 않게 읽고 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을까. 얼마나 팔릴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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