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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 왜 갑자기 나왔어?

조회수 2019. 10. 31. 0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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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바꿀래?”


에어팟 프로의 3년 전, 에어팟 출시 직후부터 ‘콩나물’ 놀림 받으면서 언젠가 두고 보자고 이를 갈았던 에어팟 팬보이(삼촌팬인가…) 최호섭이다. 자다가 새벽에 혹시나 해서 애플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침대를 박차고 나와서 한 맺힌 키보드질을 해본다.


요즘은 정말 루머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에어팟 프로가 정말로 10월 29일 새벽, 미국 시간으로 28일 오전에 발표됐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30일부터 곧바로 팔기 시작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썩 미덥지 않던 루머다. 그런데 정말 나왔다.

에어팟은 이제 하나의 흐름을 이끄는 제품인데 왜 이렇게 조용히 꺼내 놓은 것일까? 이 정도 일정이라면 지난 9월 아이폰 발표와 함께 꺼내놓아도 되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애플 마음이지만…


에어팟 프로는 이미 소문으로 나왔던 이야기들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 기본은 에어팟 2세대의 고급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귀에 꽂는 인이어 타입의 디자인과 주변 소음을 없애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다.

애플은 다른 것보다 편안함을 이야기한다. ‘귀에 뭔가 착용했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음악만 남게 된다’는 메시지가 꽤 강렬하다. 애플은 에어팟의 모태인 이어팟 역시 설계 과정에서 300여 명의 귀 모양을 본떠서 최적의 디자인을 결정한 것이라고 했던 바 있다. 물론 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어팟, 그리고 에어팟은 보편적으로 귀에 편하게 맞는 이어폰으로 꼽힌다.

에어팟 프로 역시 그 편안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인이어는 결국 귀에 들어가는 ‘팁’의 디자인과 소재 등만 잘 선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 귀에 잘 맞고,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애플은 팁 안에 작은 통풍구를 두어서 밀폐감을 유지하면서도 귀 안쪽의 기압을 적절하게 조정해준다고 한다. 밀폐성 때문에 인이어를 꽂으면 귀 안쪽의 압이 높아지는 게 불편한 경우가 있는데 그걸 해결해주는 듯하다.

주변 소리를 걸러주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도 들어간다. 유닛 바깥쪽에 큼직한 마이크가 달려 있어서 주변 소음을 받아들여서 반대의 음파를 섞어서 음악 외의 소리를 지워주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익숙한 소니나 보스 등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과 원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이제까지 무선 이어폰들의 노이즈 캔슬링은 썩 시원치 않았던 게 사실이다. 크기가 제한되기 때문에 마이크도 작아지고, 소리를 처리하는 프로세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노이즈 캔슬링이 신통치 않거나 무선 연결 속도가 떨어지는 경험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노이즈 캔슬링 에어팟을 내놓는다는 소문을 그렇게 진지하게 믿지 않았던 것도 있다.

일단 애플은 노이즈 캔슬링을 이중으로 처리한다고 밝히고 있다. 애플은 소리를 두 번 걸러낸다. 바깥쪽에서 나는 소리를 한 번 걸러내고 귀 안쪽에서 소리를 다시 한 번 감지해서 결국 우리 귀 안쪽에 딱 음악만 들리게 전달해준다. 이 작은 크기에 그게 가능한가 싶은 생각이 다 든다. 하긴, 처음 에어팟이 나왔을 때도 이 안에 배터리와 프로세서가 다 들어갔다는 게 놀랍긴 했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 캔슬링은 소리를 1초에 200번으로 잘게 쪼개서 잡음을 지우고 소리를 매만진다고 한다. 이건 아마도 H1 프로세서의 성능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게다. 에어팟 2세대에 들어간 H1 마이크로 콘트롤러는 이전 콘트롤러보다 꽤 성능이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에어팟에서는 썩 성능을 뽐낼 일이 없었던 게 좀 의아하긴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H1 칩은 이 에어팟 프로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새끼손톱 1/4 크기나 될까 한 이 칩은 소리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애플은 이어폰, 음향, 노이즈 캔슬링 등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작은 배터리 하나에 의존해 이어폰이라는 제한된 기기 속에 이 기능들을 다 집어넣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다 이 반도체 하나로 해내는 일이에요”라고 말이다. 그러면서도 배터리 이용 시간은 4.5시간, 케이스 충전으로 24시간 이상 쓸 수 있다. 에어팟 2세대가 5시간/24시간이었다. 도대체 이 안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싶다.


이게 이전 에어팟2에서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에어팟 프로의 H1 칩에는 오디오 전용 코어가 10개 들어가 있어서 오디오 처리에 대한 지연 속도를 줄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이폰이 블루투스에 실어서 전해준 소리를 귓속에 소리로 바로 보내준다는 거다. 너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에어팟에 소리 지연이 없을 뿐이지 다른 이어폰, 헤드폰들은 대부분 이 지연 속도가 아슬아슬하다. 유튜브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소리와 입 모양이 맞지 않는 무선 이어폰들이 꽤 있다.

애플의 제품 소개는 종종 ‘이게 진짜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술적으로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에어팟 프로는 오랜만에 이런 느낌을 받는 제품인 것 같다. 사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기기들은 새롭다기보다는 있던 기술들의 적절한 조합인 경우가 많고, 또 많은 부분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차별성이 만들어지곤 한다. 반면 에어팟 프로는 온전히 하드웨어로 재미를 주는 제품이다.


아, 물론 에어팟의 경험은 무선 이어폰 중에서 단연 최고다. 여기에 하드웨어로 뭔가를 더 끄집어내는 매력적인 모델이 나왔다는 것 자체의 재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가격은 32만 9,000원, 달러로 249달러다. 무선 충전 에어팟 기준으로 8만 원, 50달러 차이다. 감히 내다보면 에어팟 프로는 잘 팔릴 것 같다. 그것도 엄청나게. 에어팟은 써봐야 안다. 그리고 한번 쓰면 벗어날 수 없다. 사기 전에는 비싸다고 말해도 사고 나서는 ‘왜 이제 샀나’라고 말하는 게 에어팟인 것 같다. 마침 1세대 에어팟들이 슬슬 배터리에 한계가 오는 시기인 것 같다. ‘비슷한 걸 또 사야 하나’라는 막연한 고민을 날려버리는 건 역시 신제품이다. 에어팟 프로는 기가 막힐 때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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