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다이어트 최종병기, 눔을 써봤습니다

조회수 2020. 1. 28.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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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B다. 며칠 전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 “내일 서울 잠깐 들리니까, 아버지 점퍼 하나 가져간 거 있지? 그거 엄마 주고 가” “네, 알겠어요” 그런데 그 옷을 끝내 찾지 못했다. 분명 버린 적이 없는데 어디에 둔 걸까.


너무 많은 옷이 문제였다. 옷장에 잔뜩 방치한 옷더미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너는, 무슨, 네 옷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사냐?” 엄마의 잔소리에 할 말이 없었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옷이 많아진 이유는 내가 ‘패피’라서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맵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핏이나 맵시라는 말을 쓰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몸이 둥글둥글해지고 있다. 이러다가 눈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몸에 대한 불만을 옷으로 커버하려고 했지만, 새 옷을 사도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집안 곳곳에 옷이 가득 쌓인 이유다.


계속 이렇게 악순환을 반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 결론은 ‘살을 빼자’인데, 이런 다짐… 이젠 너무 지겹지 않나? 매번 의지박약으로 실패해왔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새롭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었다. 바로 눔이다.

눔은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다. 후기를 찾아봤다. 11kg를 감량한 30대 남자부터 12kg를 뺀 40대의 여자까지 성공 사례는 많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다고? 나도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시도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굶으며 운동하는 극단적인 다이어트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장기적으로 하게끔 했다.

우선 평소의 나의 식습관에 대해서 고백하자면, 맛있는 것과 맛집을 사랑한다. 아침부터 점심 메뉴를 생각하며, 평일에는 주말 메뉴를 생각할 정도다. 채식보다는 육식을 선호하고, 밥보다는 면을 더 좋아한다. 주말에는 양념치킨이나 후라이드치킨 가끔은 간장치킨을 먹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그러다가 식단조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 이틀 저녁을 안 먹다가 삼 일째 폭식을 했다. ‘치팅데이’라는 핑계를 대며. 한 마디로 식습관이 엉망인 사람이다.(나만 이런 거 아니겠지?)


눔에는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코치가 있는데, 피트니스클럽의 트레이너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분이다. 나의 고민을 들어주고, 고민에 맞는 해결책을 제안해준다. 내 코치는 최단비 코치님.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분이다.

[단비 코치님은 꽤 친절하시다]

나는 저녁으로 김치볶음밥을 먹을 것인가 돈가스를 먹을 것인가 고민을 한 적은 있는데, 칼로리를 비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중요한 걸 하지 않았다. 눔을 시작하고 나서야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았다. 내가 한 달 전쯤 먹은 것은 이렇다. 아침엔 찰떡파이 2개, 점심엔 즉석떡볶이, 저녁엔 치킨 한 마리. 이걸 칼로리로 환산하면 무서운 숫자가 된다. 3,351칼로리! 나는 처음 이 총합을 보고 충격받았다. 치킨 한 마리가 2,200칼로리라고??! 내가 밤 11시에 2,200칼로리를 먹고 그냥 잤다고..?


눔에서는 식단을 매일 기록하기를 권장하는데,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칼로리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식단 조절에 도움이 된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내가 어제 뭘 먹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밥 먹을 때마다 기록을 하는 게 습관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지난주에 먹은 짬뽕 한 그릇은 688칼로리다.


아침, 점심, 저녁은 칼로리 신호등을 통해 표시가 된다. 칼로리 신호등이란 음식의 종류에 따라 빨강, 노랑, 초록으로 구분을 한 것인데 얼마나 균형 잡힌 식사를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도와준다.

[권장량의 다섯 배를 먹었다. 닭칼국수가 잘못했네]

빨간색은 주로 지방 함량이 높은 케이크나 치킨, 노란색은 저지방 단백질의 살코기나 전분류 그리고 초록색은 채소나 통곡물이다.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 초록색만 먹으면 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초록색만 먹는 다이어트가 바로 지금까지 내가 무리하게 시도했던 방식이다.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오늘까지 최후의 만찬을 하고 그 다음 날부터 채소를 먹다가 금세 포기하게 되는 실패의 정석. 그래서 눔은 극단적인 방식을 권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서 권하는 방식은 요요 없는 장기전이다.


그래서 눔을 하면서도 마음이 편하다. 맛집을 좋아하는 내가 삶의 낙을 포기하지 않고도 다이어트를 할 수 있으니까. 사실 크게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다행히 코치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입력하는 것이 습관이 되자 이제는 <드래곤볼>의 전투력 측정기처럼 칼로리 측정기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삐빅! M이 먹는 불닭볶음면은 530kacl 삐빅!’


전투력 측정기 같은 얘기를 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눔을 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2주가 조금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관이 생기고 있다니 신기하다. 습관은 생각보다 쉽게 생기는 것이더라.


누구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게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꽤 오랫동안 반복해온 행동일 것이고, 쉽게 고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 습관은 폭식을 통한 보상이었다. 특히 마감을 하는 날은 더 그랬다. 노트북 옆에 와인을 한 잔 놓고, 탈고를 하면 바로 마셨다. 노동 이후의 와인의 맛이란 말로 표현 못 하지. 그런데 내가 술만 마셨을까? 게맛살도 엄청 먹었다.

[흔한 디에디트의 점심 풍경. 맛있는 걸 많이 먹는다]

다행히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이런 습관이 있다고 코치님에게 말했을 때 잘못되었다거나 당장 끊으라고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곤 해요.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꾸는 것은 힘드니 건강한 음식으로 대체하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그 말을 잘 듣다 보니 지금은 야식 먹을 시간에 가벼운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거실을 걸어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퇴근 후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변한 거다.


평소에도 걷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운동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걷기만큼 틈틈이 할 수 있는 액티비티도 없다고 하더라.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뉴스를 틀어놓고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거실을 걸었다. 덕분에 140kcal 소비했다.

어떤 일을 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디에디트도 마찬가지. 사무실엔 먹을 게 많고, 움직일 일은 별로 없다. 나는 지금까지 시간이 부족해서 다이어트를 못 한다는 말을 해왔는데, 퇴근길에 잠깐 걷기만 해도 된다고 하니 의욕이 생기는 거다.

처음 눔을 시작했을 때 큰 그림을 그려보라는 말을 들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다이어트를 장기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을 못 했으니까. 그러니까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건강관리라는 건 마라톤에 가까운데 나는 조급해져서 100m 전력 질주 모드로 임해왔던 거다.


눔을 통해서 당연히 살도 뺄 수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새삼 느낀다. 실수했다고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며, 오늘 실패하면 내일부터 잘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얻었다. 살을 빼다가 뜻밖에 좋은 태도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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