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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잡지 클라쓰 pick 3

조회수 2020. 2. 24.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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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말이면 잡지를 몰아 읽는 에디터B다.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디에디트에서 간헐적으로 잡지를 소개하고 있다. 나름 시리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어 보니 횟수가 참 적더라. 2년 동안 겨우 네 번. 이러고도 시리즈인가. 데헷. 올해는 최소한 분기별로 한 번은 쓰자는 다짐을 하며 잡지를 큐레이션해보았다.


나는 잡지를 추천할 때 나름 기준이 있다.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아름다울 것. 이 세 가지 요소 중 한두 가지는 갖춘 잡지를 소개한다. 플러스알파로 종이의 물성을 살린 잡지라면 더할 나위 없다. 미리 밝혀두자면 오늘 소개할 잡지 중 <어피스오브>와 <고을>은 그 기준을 매우 충족한다. 그리고 나머지 잡지 <만화경>은 자랑하고 싶어서 가지고 나왔다.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그럼 시작한다.


선우정아 조각 모음
<어피스오브>

APIECEOF. ‘어 피스 오브’라고 읽으면 된다. 한 조각의~, 하나의~라는 뜻이다. 이름이 난해하게 들리겠지만, 매거진의 컨셉을 들으면 잘 지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다. 제목 짓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이 정도면 잘 지었다. 제본 방식과 내용까지 관통하는 네이밍이다.

<어피스오브>는 아티스트 매거진이다. 매호 한 명의 아티스트를 다루는데, 그 방식이 특이하다. 책 소개를 보면 ‘본질을 찾기 위해 조각내어 재구성한다’고 적혀있다. 말이 어렵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식이다.


창간호 아티스트는 선우정아다. 들어가는 콘텐츠는 선우정아 인터뷰, 선우정아의 음악을 듣고 쓴 소설과 만화들이다. 이것들을 쭉 연결시켜놓고 마지막에는 선우정아의 에세이가 온다. 독자는 한편씩 읽으며 아티스트에 대해 알아간다. 음.. 이렇게 쓰고 나니 이것도 그렇게 쉬운 설명은 아닌 것 같다. 미안하다. 사진으로 보여주겠다.

일러스트라고 해야 할까, 만화라고 해야 할까, 명확히 규정하기 힘든 장르의 작품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기도 하고.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이자 음악평론가 배순탁과 선우정아가 진행한 인터뷰가 길게 나온다. 이 인터뷰는 질문과 대답이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인터뷰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제는 소설이 나온다.

작가 백수린이 쓴 소설이다. 그 뒤에는 김초엽이 쓴 소설 그리고 만화, 아트웍 이어진다. 그러니까 <어피스오브>는 한 아티스트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쭉 연결시켜놓은 것이다. 이제 조각을 모은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지 않나? 그리고 나는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이 한 글자가 떠올랐다. 갤러리! 이 잡지는 마치 선우정아를 주제로 진행하는 전시회 같다.

다른 아티스트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고, 이렇게 본인의 손글씨나 소설도 있다. 이 페이지는 키워드에 대한 선우정아의 단상을 적어놓은 것이다.

<어피스오브>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잡지다. 농담이 아니다. 제본 형태를 보자. 실로 꿰매는 사철 제본을 했다. 그리고 책등 부분에는 추가로 제본하지 않아서 실밥이 그대로 노출되어있다. 조각을 모아 재구성했다는 그들의 소개가 딱 들어맞는 제본 방식이 아닌가. 가격은 1만 5,000원.


미식 투어 권장 매거진
<goeul>

goeul. 고을이라고 읽는다. 마을을 뜻하는 한국어 그 ‘고을’이 맞다. 그 아래에는 영어로 멋있게 매거진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는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키친’이다. <고을>은 한 도시의 맛과 맛집을 다루는 매거진이다.

창간호의 도시는 경상북도 경주다. 경주, 나도 좋아하는 도시다. 작년이었다. 수학여행 이후 거의 15년 만에 경주 여행을 갔다. 경주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첨성대와 불국사를 구경했던 것밖에 없었는데, 어른이 되고 다시 가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서울의 공간이 화려하고 왁자지껄하다면, 경주의 그것은 조용했다. 서울의 소란스러움도 매력이라고 생각해왔지만, 경주의 고즈넉함은 색다른 매력이었다.

나는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맛집&카페 투어라면 즐길 자신이 있다. 몇 년 전부터 황남동이 뜨면서 경주에는 카페와 식당이 많이 생겼다. 덕분에 경주는 노포와 트렌디한 카페를 동시에 탐방할 수 있는 도시가 되었다. 재미없는 표현을 빌려 쓰자면 옛것과 새것의 조화라고 하면 될까. 진부한 말이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진부한 만큼 정확한 말이다.

<고을>의 기사는 두 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긴 인터뷰 그리고 짧은 공간 소개.


먼저 긴 인터뷰에서는 전통적인 것, 옛것들을 주로 다룬다. 황남빵이나 경주법주처럼 경주에서 시작해 전국구로 퍼져나간 유명한 것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했으며,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우여곡절은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정말 재밌게 읽은 건 그 두 번째 파트다. 40여 개에 가까운 카페와 식당을 소개하는데, 이 내용이 정말 알차다.

‘음식이 맛있고, 공간이 예쁘다’라고만 적혀있지 않다. 언제 어떻게 가게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부분에 신경을 쓰며, 특징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적혀있다. 한 군데 한 군데 직접 방문해서 취재를 했다는 점이 큐레이션에 신뢰를 높인다. 사진 한 장과 인스타그램에도 올라갈 정도로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알차다고 느낀 이유다. 경주 여행을 가기 전에 <고을>을 꼭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잡지 한 권이 있으면 실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사진으로 질감이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위 사진에 사용된 종이는 유광재질의 용지다. 정확한 용지 이름은 모르겠지만, 다른 페이지와는 다른 종이가 사용되었다. 종이가 손에 달라붙는 촉감이고 사진의 색채가 살아있다. 별게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에 편집부(혹은 편집장)의 의도가 들어가 있다고 믿는다.

<고을>을 사면 경주 가이드 맵까지 동봉되어있으니, 언젠가 경주 여행을 간다면 잊지 말고 가져가길 추천한다. 가격은 1만 6,000원.


그리고 이제 마지막 잡지를 소개할 시간이다. 미리 말했듯이 마지막 잡지는 자랑하려고 가져왔다.


배달의민족이 이런 것도 만들었다
<만화경>

<만화경>은 원래 잡지가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만든 웹툰 플랫폼이다. 다음 웹툰, 네이버 웹툰처럼 딱 그런 것이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보자면 다른 점이 있는데, 만화잡지의 형식을 띄고 있다는 거다. 요일을 정해놓고 하나씩 올라오는 게 아니라 2주에 한 번씩 다 같이 공개된다. 만화만 실려있는 게 아니라 만화가 인터뷰도 있고 애독자 엽서 코너도 있다. 그래서 만화잡지 컨셉이라고 하는 것이다.

<만화경>은 서비스를 오픈하며 창간호를 실물잡지로 만들어서 선물하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잡지는 그때 받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건 사고 싶다고 해도 살 수 있는 잡지가 아니다. 만약 만화가 보고 싶은 거라면 만화경 앱을 다운 받아 보면 된다.


만화는 판타지, 스릴러보다는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웹툰이 대부분이다. 작가 본인의 일상을 다루지 않더라도 이야기 자체가 그리 자극적이지 않다. 그 이유 때문인지 크게 화제가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일까, 만화잡지라는 컨셉이 불편한 것일까? 잘 모르겠다. 배민의 기획자와 마케터가 고민할 부분이다. 아무튼 나는 한정판을 갖게 되어 기쁘다. 배민이 웹툰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주길 응원한다. 갑자기 할말없으니까 괜히 훈훈한 멘트를 한 것 같지만, 아니다. 진심이다. 볼 게 많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어떤 매거진은 책보다 더 비싸다. 그리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니 유통기한도 짧다. 한 번 읽고 다시 안 읽을 확률도 높다. 이 역시 지금 이 순간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왜 굳이 잡지를 사서 읽는 걸까. 편집장의 말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의 행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레이아웃을 보고, 어떤 컬러를 사용했는지, 이 글은 어떤 에디터의 글인지를 보고, 어떤 종이들을 썼는지 손끝으로 만져보는 모든 행위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피스오브>와 <고을>에서 그런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음 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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