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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파는 딱 그 맛! 떡볶이 밀키트 5

조회수 2020. 6. 15. 10: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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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먹고 마시고 놀러다니는 얘기를 쓰는 베짱이 객원필자 김은아다. 오늘은 먹는 얘기다. 누구나 한 번쯤은 세상에서 소외된 듯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나만 쏙 빼놓고 사회적 합의를 본 건가 싶은 순간들 말이다. 라떼족 친구들의 말을 빌리면, 이런 것들. 아직 블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나를 빼고 모두 유튜브(또는 틱톡)로 떠나버린 것 같다거나, IMF 이전에 유행했던 6공 다이어리가 레트로 바람을 타고 ‘다꾸’라는 신조어로 눈 밑에 점을 찍고 등장할 때.

나의 경우에는 떡볶이 2만 원 시대가 그랬다. 맛이 아니라 가격이 엽기적이라 그런 이름을 붙인 게 아닌가 싶은 브랜드의 등장(과 유행과 인기)에 말 못할 소외감을 느꼈더랬다. 떡볶이의 정체성은 단지 붉은 양념과 떡의 조합이 아니라, 거리에서 운명처럼 마주치는 붉은 빛에 이끌려 식사 때, 주머니 사정에 얽매이지 않고 가볍게 호로록할 수 있는 상황적 조건까지 더해질 때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더 푸짐하고 새롭고, 그래서 비싼 떡볶이 트렌드를 받아들이지 못한 떡볶이 꼰대가 집에서 ‘가게 떡볶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제품을 골랐다.

그렇다면 왜 직접 만들어먹지 않냐고? 그 답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인 요조가 에세이집 <아무튼, 떡볶이>에 쓴 문장으로 대신한다. “왜 모든 엄마들이 해주는 가정식 떡볶이는 밖에서 파는 떡볶이 맛을 내지 못하는가에 대해 쓰고 싶었다.”


아무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는 것처럼 세상에 나쁜 떡볶이도 없다(나쁜 가격은 있을 수 있다). 자신만의 취향이 있을 뿐. 오늘 리뷰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떡볶이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길.


미로식당 떡볶이

‘찐’ 맛집은 종종 어이없는 위치를 자랑하곤 한다.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해야 우리 음식을 맛 볼 자격이 된다는 일종의 진정성 테스트 같달까. 미로식당을 찾아갈 때마다 생각이다. 홍대 옆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 정도 높이면 공기가 맑겠다’ 싶을 정도까지 올라가면 그곳에 덩그러니 미로식당이 있다. 이곳은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한식주점인데, 정갈하면서 맛깔난 안주들은 손님들을 기꺼이 등산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 작은 가게를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 안주인 떡볶이다.


미로식당이 간편식 브랜드 셰프스 테이블과 손잡고 내놓은 미로식당 떡볶이는 그 맛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매콤보다는 달콤에 방점이 찍한 그 맛. 조화로우면서도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아 어떤 메뉴, 어떤 주종과도 어울리는 덕분에 곁들이 안주 제격이다. 메인을 어시스트해줄 훌륭한 조연이랄까. 술을 한 잔 두 잔 홀짝이다 보면 탄수화물이 당기는 것,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럴 때 미로식당 떡볶이가 2%의 허기를 충족시켜줄 것이다. 어육 함량이 높은 통통한 어묵은 또다른 즐거움.


☑가격 4,900원

☑씁-하 지수 ★


창화루 마라떡볶이

원래 이번 리뷰에서는 클래식(?)한 맛에 집중하려고 했으나 떡볶이와 마라의 만남이라니 장바구니에 넣지 않을 수 없었다. ‘존맛+존맛=존존맛’ 공식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 제품에는 떡과 함께 마라탕 집에서 볼 수 있는 푸주, 건두부, 분모자가 함께 들어있다. 물에 소스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할 때부터, 호우, 제법 마라의 향이 슬슬 올라온다.


그러나 애써 기대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한동안 마라 바람이 불면서 컵라면, 과자, 편의점PB 상품까지 마라 제품이 우후죽순 출시되었는데, 대부분이 마라에 물을 탄 듯한 희미한 맛에 그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리를 끝낸 창화루 마라떡볶이는 비주얼도, 향도, 무엇보다 맛까지 본격적이었다.


마라맛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혀를 마비시키는 화~한 맛은 고통을 즐기는 변태적인 마라중독자들의 쾌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청경채, 숙주, 버섯 등 마라탕을 먹을 때처럼 재료를 추가한다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듯. 시원한 칭따오 한 잔을 곁들이면 여름밤과 잘 어울리는 완벽한 세트가 될 듯하다.


☑가격 7,900원

☑씁-하 지수 ★★★★


추억의 국민학교 떡볶이

떡볶이에 정답은 없다지만, 자신만의 표준은 있을 것이다. ‘떡볶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림새랄까, 풍경이랄까. 누군가에게는 집에서 엄마가 손수 만들어준 간식일 수도 있고, 시장 할머니가 인심 좋게 푹 떠주는 정겨운 풍경일 수도, 친구들과 깔깔대며 사먹은 추억일수도 있다. 내 경우에는 학교 앞 노점에서 넓은 사각 팬에 오래오래 끓여서 조금 꾸덕하게 졸아든 떡볶이가 그렇다. 국민학교 떡볶이는 이름이 보여주듯, 나처럼 학교 앞 떡볶이의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제격이다.


제품은 매운맛 소스와 단맛 소스가 별개로 포장되어 있어서 각자 취향에 맞게 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운맛 소스는 전부, 단맛 소스는 반 정도만 넣었는데, 아래로 두 번 띠동갑인… 초딩 친구와 함께 먹어도 무리가 없을 적당한 매콤달콤함이 입에 착 달라붙었다. 무엇보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 조리에도 분식집에서 오래 끓인 듯한 꾸덕한 비주얼과 떡에 속속 들인 잘 배인 양념이 마음에 들었다. 달달하고 쫀득한 소스는 포크로 그릇을 긁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추억의 맛을 먹고 싶다면, 두 말할 것 없이 국민학교 떡볶이가 정답!


☑가격 4,950원

☑씁-하 지수 ★★


제천 빨간오뎅 떡볶이

제천이 떡볶이로 유명했나? 고개를 갸웃하며 포장을 뜯는데, 호쾌하게 통째로 꼬불꼬불 꿰어진 어묵이 세 개나 들어있다. 그제야 생각난다. 제천에는 줄을 서서 먹는 ‘빨간오뎅’이라는 어묵집이 있다는 걸. 그곳에 가본 적은 없지만 비주얼에서부터 기대감이 모락모락 자라났다.


이 제품은 다른 떡볶이와 몇 가지 차별되는 특징이 있었다. 어묵이 국물에 푹 잠기도록 조리해야 하기 때문에 넓은 후라이팬이나 큰 냄비에서 조리해야 한다는 것, 소스가 묽다는 것, 고춧가루보다는 고추장의 맛이 강하게 난다는 것. 그래서인지 ‘매콤’보다는 ‘칼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맛이다. 어른의 맵기랄까? 초등학교 앞 문구점보다는 최소 40년 경력을 자랑하는 시장 터줏대감 할머니가 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할머니께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미원 한 국자를 넣는 모습도 그려진다… 끝맛에 녹아있는 msg가 적당한 자극을 완성해주니까. 투박하기만 한 맛은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 기대했던 어묵은 비주얼에 비해 정작 맛에서는 임팩트가 부족했다. 아마 최근 몇 년간 어육 함량이 높은 각종 어묵 브랜드들로 인해 입맛이 높아졌기 때문이겠지.


☑가격 4,500원

☑씁-하 지수 ★★★


맛의고수 닭치고 밀떡볶이

언제부터였나, 제품 이름에 ‘닭’이 들어가면 매운맛이 당연하게 여겨진 것이. 그러나 이 제품에서의 닭은 ‘불닭’의 화끈함이 아니라 육수의 구수함을 담당한다. 대부분 제품이 떡, 소스, 어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해, 이 제품에는 한 가지가 더 들어있다. 바로 닭 육수. 물이 아닌 육수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니, 확실히 요리(?)를 하는 듯한 진한 향이 풍긴다.


완성된 떡볶이의 비주얼도 남다르다. 소스는 적당한 점성이 있으면서도 넉넉하고, 색이 확연히 진하다. 맛에서도 육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닭한마리를 먹을 때의 진한 맛이랄까. 그래서인지 정성을 들여 끓여낸 듯한 기분이 든다. 떡에도 육수와 양념이 고루 배어있는데, 캡사이신 같은 인위적인 맛이 아닌 매콤한 맛이 한동안 습-하, 씁-하를 반복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포크는 멈출 수 없는 맛.


☑가격 6,900원

☑씁-하 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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