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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샀을까? 신박한 아이템 5

조회수 2020. 9. 14. 11: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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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B다. 요즘 소비 활동이 뜸해졌다. 야외 활동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지출이라곤 달콤한 홈라이프와 관련된 것뿐. 집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사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더라. 얼마 전에는 전통주를 5병이나 주문했고(전통주는 택배 배송이 된다), 낡은 베개를 버리고 새 베개를 샀으며, 뜨끈한 탕을 담아 먹으려고 뚝배기 그릇을 사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소비가 뜸해졌다고 말한 게 민망하다…에헴. 아무튼 오늘은 최근에 샀던 것 중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것들만 모았다. 그렇다고 추천한다는 뜻은 아니니까 따라 사지는 말자. 시작한다.


라미 이딸라 리사이클 에디션

주식 종목 중에도 그런 게 있지 않나. 수익과는 무관하게 괜히 보유하고 싶은 그런 종목. 내게는 이딸라 컵이 그랬다. 이 영롱한 컵을 테이블 위에 두고 싶었다. 처음 이딸라(iittala)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딸라? 사딸라? 오케이 땡큐? 이딸라는 핀란드의 작은 마을 이름이자 브랜드의 이름이다.

주식 종목 중에도 그런 게 있지 않나. 수익과는 무관하게 괜히 보유하고 싶은 그런 종목. 내게는 이딸라 컵이 그랬다. 이 영롱한 컵을 테이블 위에 두고 싶었다. 처음 이딸라(iittala)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딸라? 사딸라? 오케이 땡큐? 이딸라는 핀란드의 작은 마을 이름이자 브랜드의 이름이다.

내가 산 제품은 라미 리사이클 에디션으로 폐유리를 재활용해 제작한 컵이다. 이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물건을 하나라도 덜 사는 게 환경에 도움이 될 텐데 이게 뭐 하는 짓일까 생각은 했지만, 이미 결제 버튼을 누른 뒤였다. 언뜻 보면 평범한 듯 보이지만 그래서 어떤 테이블에 두어도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격식을 차린 자리에서도, 가볍게 혼자 브런치를 먹는 자리에서도 어울릴 것 같다. 단점이라면 리사이클 에디션이다 보니 폐유리를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기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의례적으로 이런 말을 쓰지 않나. “소정의 상품을 준비했으니…”, “약소하게 준비해봤습니다” 그런 경우 정말 약소한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 그래서 기포 역시 눈을 씻고 찾아야 보이는 미세한 기포일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커서 당황했다.

가격은 3만 5,000원(2개입)으로 재활용이 아닌 것보다 3,000원 더 비싸다. 하지만 이딸라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응원한다. 기포 정도는 감수해야지.


이딸라의 디자인은 자연을 닮았다. 디자이너 아이노 알토가 디자인한 동명의 제품 아이노 알토 컵은 물방울의 파장을 소재로 삼았고, 남편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화병은 핀란드의 호수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했다. 아래의 화병이다. 이것도 살짝 욕심이 나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절대 화병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을 고이 접었다. 하지만 가끔 아른거린다.

[Alvar Aalto Collection 화병 120mm, 18만 원]

내가 생각하는 라미의 최고 매력은 오묘한 색감이다. 기존 라미 제품에는 바다, 투명, 모스그린, 린넨 네 가지뿐인데, 리사이클 에디션의 색은 바다색과 비슷한 듯 다르다. 컵 안에는 볼록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물을 담아두면 빛이 투과할 때 맑은 호수에 물이 찰랑이는 듯 예쁘다. 폐유리의 고유한 색에 따라 제품 컬러가 살짝 다를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컵이 두 개밖에 없어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슬픈 소식, 그마저도 하나를 깨 먹었다.

에디터H는 어차피 혼자 사니까 컵 두 개를 동시에 쓸 일이 없다며, 괜찮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이 더 슬프다.


테일디자인 달잔

막걸리 잔에서 취향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막걸리에겐 양은으로 만든 찌그러진 막걸리 잔이 최고의 짝꿍이기 때문이다. 어떤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와인잔에 막걸리를 따라주는 곳도 있긴 있다. 색다른 느낌으로 마셔보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동양적인 바이브를 놓치지 않는 잔이다. 거기에 아주 약간의 고급스러움만 더하고 싶었다. 그래서 달잔을 구매했다.

달잔은 디자인 스튜디오 테일디자인에서 2013년에 만든 제품으로 잔 속 막걸리가 달처럼 보이는 술잔이다. 잔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한쪽은 낮고 다른쪽은 높은 비대칭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바닥에 언덕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잔에 막걸리가 가득 차면 둥근 보름달, 반 정도 차면 반달, 바닥이 보이면 초승달처럼 보인다. 운치 있지 않나?

달잔을 쓸 땐 서로의 달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예의가 아닐까. “어이쿠, 달이 기울어졌군요. 한 잔 드리리다.” 창밖에 달이 저물고 해가 뜰지언정 술자리의 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열심히 막걸리를 따르자.

나는 막걸리를 마실 목적으로 샀기 때문에 색 대비가 강한 블랙 컬러로 샀다. 다른 컬러로는 화이트와 어스(Earth)가 있는데 이런 잔에는 복분자주처럼 불그스름한 술이 어울리겠다. 어스는 오트밀에 가까운 색이다. 가격은 2개 묶음에 3만 원. 참고로 테일디자인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12% 할인해서 팔고 있다. 나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아서 다른 쇼핑몰에서 정가에 샀지만 독자들은 저렴하게 사기를 바란다.


샤오미 LCD 드로잉 태블릿

“김석준 선생님은 언제부터 그렇게 물욕이 심해졌습니까?”


언젠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2010년부터라고 말할 거다. 그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실험적인 전자기기,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그야말로 테크계의 춘추전국시대, 위촉오시대, 후한 말기다. 내 물욕도 그때는 정점에 달했다. 전자제품을 사고 싶어서 알바를 할 정도였다. 그 돈으로 블랙베리 볼드 9900을 사고 윈도우폰을 샀다. 근데 그때 샀던 물건들은 대부분 나 혼자 만족하던 것들이다. 당시 여자친구와 절친 중 어느 누구도 나의 거대한 소유욕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분명히 눈빛에서 ‘미친…’이라는 메시지를 읽었다. 하지만 쓸모를 인정받은 물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부기보드. 부기보드는 대표적인 전자 메모장이다. 이번에 산 ‘샤오미 미지아 LCD 드로잉 태블릿’은 예전에 썼던 부기보드와 기능이 비슷한 제품이다. 크기는 13.4인치로 쿠팡에서 1만 8,500원에 구입했다. 한국에 정식 출시한 제품은 아니다.

기능은 단순하다. 검은색 화면에 압력을 가하면 그 부분이 녹색으로 변한다. 압력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물질의 특성을 이용했다고 한다. 전자 메모장이기 때문에 동봉된 펜 모양의 플라스틱 막대기를 쓰면 되고, 손가락이나 젓가락으로 글씨를 써도 무방하다. 뾰족한 촉만 있으면 된다.

예전에 사용했던 부기보드와 비교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 부기보드 계열의 전자 메모장에는 대부분 특별한 기능이 없다. 썼다가 지울 수 있는 기능뿐이다. 고급 라인에서는 글씨가 스마트폰에 동기화되는 기능도 있지만 이 제품에는 그런 기능이 없다. 전체 화면을 지우기 위해서는 제품 전면 아래에 있는 홈버튼처럼 생긴 것을 누르면 일괄 삭제된다. 정말 홈버튼처럼 생겼다. 역시 샤오미다. 부분만 지우는 기능은 없다.

오른쪽 측면에는 마그네틱이 있다. 덕분에 펜을 붙여 놓고 쓸 수 있다. 잃어버릴 염려가 적다. 자력은 그리 약하지 않고, 2cm 정도에서 철썩 달라 붙는다. 하지만 이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패드를 닮은 깔끔한 디자인이다. 과연 샤오미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었다면 의문이 들겠지. 애들 낙서할 때나 쓰는 이런 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의외로 쓸모가 많다. 사무실 데스크에 놓고 간단한 메모를 할 수도 있고, 간략히 스케줄 정리를 할 수도 있고, 회의할 때 그래프를 그리거나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활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애들처럼 낙서를 하고 놀 수도 있다. 애들만 낙서하는 거 아니니까.


교보문고 책향
(The scent of PAGE)

교보문고에 가면 특유의 향이 난다. 책이나 잉크 냄새가 아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향이 아닌 누군가 조향한 것 같은 향이다. 정체는 바로 교보문고의 시그니처향이다. 향의 이름은 책향(The Scent of PAGE).

서점에서 향기가 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였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매장을 방문한 손님들이 울창한 숲을 걷듯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고르길 원하는 의도였다. 근데 손님들이 매장에서 좋은 향이 난다며 이 향은 대체 무슨 향이냐, 구매할 수 없느냐 문의가 이어지자 2년 전에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향은 시트러스, 피톤치드, 허브, 천연 소나무 오일 등으로 조향을 했다. 덕분에 조향 의도대로 숲을 걷는 느낌,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편해지는 향이다.

그 느낌을 집에서도 느껴보고 싶어서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종이방향제를 구매했다. 하지만 사용해보고 알았다. 종이방향제가 아니라 룸스프레이를 사야 했다는 걸. 종이방향제의 향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종이방향제 외에 디퓨저, 룸스프레이, 손소독제도 있다. 가격대는 높은 편이다. 종이방향제는 4,000원, 디퓨저 300mL 6만 8,000원, 룸스프레이 60mL 1만 9,000원. 역시 룸스프레이를 살 걸 그랬다. 언젠가 이 향을 그대로 담은 향수도 만들어주면 좋겠다.


TFA 45.2007 온습도계

정체를 모를 땐 더 짜증나는 법이다. 7년 전 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밖에서 ‘우루루 쾅쾅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친구들이 짜증을 내고 있을 때 나는 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밖에 나갔다. 알고보니 자판기에 캔음료를 채워넣는 소리였다. 그걸 알자 짜증이 덜 났다.

장마가 길어지고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리자 습도계를 샀다. 습도가 몇인지만 알아도 기분이 덜 나쁠 것 같았다. 살면서 온습도계 쇼핑은 처음이었는데 검색을 하니 디지털 습도계가 대부분이었다. 가격대가 다양했는데 저렴한 디지털 습도계는 정확하지 않았다는 평이 많아서 패스! 그렇다고 10만 원을 내고 연구원에서도 사용하는 프리미엄 디지털 습도계를 사기엔 부담스러워서 이것도 패스! 결국 아날로그 습도계를 샀다. 이건 꽤 정확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배터리 없이 구동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빈티지한 디자인에 강렬히 이끌렸다. 독일제라 오래 쓸 수 있겠다는 괜한 믿음도 있었다.

내가 구매한 독일 TFA사의 45.2007 습도계는 모발 습도계다. 이 세상에 모발 습도계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습기를 먹으면 늘어나고 건조하면 수축하는 모발의 특성을 활용한 제품이라고 한다. ‘그럼 이 안에 사람 머리카락이 들어있다는 소리야?’ 섬뜩해하며 찾아보니 실제 모발이 아닌 합성 모발을 사용했다고 한다. 모발을 습도계에 사용한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783년에 스위스의 오라스 소쉬르라는 과학자가 발명한 방식이니 꽤 근본있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가격은 약 2만 5,000원. 그래서 나는 습도계를 구매하고 습함에 덜 스트레스 받게 되었을까? 에이,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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