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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직업으로, 서울 편집샵 3

조회수 2021. 3. 23. 1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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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객원 필자 김정현이다. 평소 큐레이션 숍에 관심이 많다. 주인장이 내밀한 취향과 안목으로 선별하고 제안한 좋은 제품과 콘텐츠가 가득하거든. 엄격한 선별의 기준과 편집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전과는 다른 이유로 소비하게 될 때가 있다. 설득당한 거지. 근데 설득당한 경험이 다채롭게 쌓여갈수록 나의 취향도 자연스레 풍성해졌다. 이렇게 독특한 시각도 있구나. 더 넓은 범주로 생각해보고 디깅해볼 수 있겠구나 하면서.


이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소비를 이어가 볼까 싶었다면 잘 찾아왔다. 우리의 시야를 틔워줄 흥미로운 큐레이션 숍들을 보여줄 거니까. 고유한 색채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서울의 수많은 큐레이션 숍. 그중에서도 각각 ‘사물’, ‘음악’, ‘안경’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세 공간을 소개한다.


“삶 속으로 들어온 사물들”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성북천 근처의 한적한 골목길, ‘삼선유통’이라고 적힌 간판과 큼지막한 드로잉이 그려진 철제 셔터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큐레이션 숍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이하 소셜 띵즈). 현대미술 큐레이터이자 브랜드 기획자인 누나와 건축가 남동생이 함께 만드는 이곳에서는 남매의 취향을 기반으로 건축/예술/디자인 분야의 사물들을 선별하고 소개한다.

‘삶 속으로 들어온 사물들’이라는 모토 아래 매 계절마다 하나의 주제전이 열린다. 기획된 테마에 맞춰 가구와 조명, 서적, 공예품 등이 정교하게 배치되고 관람객은 이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관심이 가는 사물이 있다면 디렉터의 설명을 청해 듣거나, 마음에 드는 제품은 구매까지 가능하다. 말하자면 여러 제품을 한데 모아 판매하는 편집숍과 흥미로운 주제의 기획전을 선보이는 전시장의 성격이 섞여 있는 셈. (참고로 5,000원의 입장료가 있고 공간에 머무르는 동안 마실 수 있는 음료 한 잔이 제공된다.)

소셜 띵즈만의 해석과 제안을 접해보는 재미도 크다. 같은 사물과 제품이라도 이를 둘러싼 맥락과 이야기를 어떤 관점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오니까. 현재는 독일의 예술학교 ‘바우하우스’ 사조를 다루는 전시 <베를린 역을 지나서>가 진행 중이다.

요즘에 정말 흔하게 보고 듣는 게 바우하우스, 미드 센추리 디자인 같은 말들이다. 소셜 띵즈는 바우하우스의 철학과 특징은 무엇인지, 그 방대한 유산 안에서도 어떤 이야기들을 건져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말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이 의자가, 이 선반이, 이 조명과 포스터가 어떤 모양과 분위기로 내 삶과 일상 속에 들어올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

아무리 멋진 사물이라도 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야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 소셜 띵즈 또한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 내부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세련된 감도를 유지하되, 따뜻한 나무 소재의 사용이나 키친 섹션 등을 통해 아늑한 일상의 장소와 멀게 느껴지지 않도록. 차가운 상업 공간이 아닌 취향 좋은 누군가의 집이나 작업실에 놀러 온 느낌이 드는 이유다.

디렉터의 추천 사물_Ashtray MB24_바우하우스 출신 디자이너이자 조각가, 화가 등으로 활약한 마리안느 브란트가 디자인한 재떨이. 단순하면서도 유려한 형태와 영롱한 색감이 그 자체로 무척 아름답다.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아이코닉한 인물인 마리안느 브란트를 둘러싼 겹겹의 맥락으로 인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고 발견될 여지가 풍성한 제품이다.


소셜 라이프 오브 띵즈


주소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16길 26-3

인스타그램@social.life.of.things

취급 아이템 디자인 가구, 조명, 공예품, 아트북, 포스터, 판화 등


“알아가며 가까워지는 나의 음악”
팝시페텔

조금 특별한 뮤직 숍이 있다. 입이 떡 벌어지는 물량으로 승부하기 보다 뚜렷한 취향으로 엄선한 음반들이 기다리는 곳. LP나 CD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 도서, DVD, 블루레이까지 폭넓게 소장하고 있는 곳. 더 나아가 음악 강좌를 통해 음악과 문화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하는 곳.


가치 있는 음악들을 선별해 소개하는 ‘팝시페텔’은 음악을 중심에 둔 일종의 문화 공간이다. 로엔, CJ E&M, 아이리버 등을 거치며 음악 업계에서 20년 넘게 몸 담은 김경진 대표가 오랜 시간 수집한 음반과 DVD 등을 판매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음악 강좌를 진행한다.

음반 큐레이팅 기준은 간단하다. 주인장이 사랑하는 음악일 것. 오랜 시간 그 가치를 인정받은 대중음악 가운데 지금까지도 열렬히 애정하며 향유하고 있는 아티스트와 앨범을 추천한다. 많을 때면 한 달에 열댓 번도 열리는 강좌 역시 마찬가지. 비틀즈나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처럼 꼭 알았으면 하는 굵직한 거장 아티스트들이 중심이 될 때도 있고, 디즈니와 지브리의 히스토리를 곁들인 영화 음악 특집이 열리기도 한다.


커버 아트웍을 통해 들여다보는 ‘미술과 음악 앨범의 만남’ 같은 테마도 재미있다. 결국 어떤 기준으로 주제를 정하고 리스트를 짜든 ‘내가 좋아하는 음악’, ‘그래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포인트.

이러한 정체성에 맞게 공간 분위기도 요즘 힙하다고 여겨지는 레코드숍이나 편집숍과는 사뭇 다르다. 어느 음악 덕후의 서재 혹은 사무실이 연상된달까. 깔끔하게 진열된 LP와 CD, DVD, 도서 외에는 강좌 시에 사용하는 스크린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별게 없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인테리어. 덕분에 온전한 자기만족과 즐거움이라는 공간의 성격이 명확히 느껴지니 어쩌면 철저히 의도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TOP 100 차트와 플레이리스트 콘텐츠가 강세인 간편한 시대다. 그럼에도 굳이 여기까지 찾아와 음반을 뒤적거리고 강좌까지 듣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익숙했던 음악을 더 각별하게 여길 수 있도록 ‘알아가는 즐거움’을 선사하니까. 음악은 그저 즐기면 된다지만 음악을 둘러싼 다채로운 스토리와 맥락을 이해하다 보면 이전보다 한층 깊고 섬세한 애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아니까 더 친밀하게 느껴지고 마치 이 음악이 점점 ‘내 음악’인 것처럼 가까워지는 거지. 그 귀중한 과정을 기꺼이 돕는 팝시페텔에서, 누군가는 순수한 앎의 재미를 누리고 또 누군가는 영감과 인사이트를 얻어 간다.

디렉터 추천 음반_ Funky Coup_70년대 한국의 소울/훵크 음악을 한 데 모은 컴필레이션 앨범(편집 앨범). 40년 전에 저런 힙한 연주와 사운드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잘 몰랐던 뮤지션들의 존재와 히트곡만 대충 알고 있었던 뮤지션들의 새로운 모습 모두를 만나볼 수 있다. 인디 레이블 비트볼뮤직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코리안 70’s 소울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팝시페텔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4길 44-7 한솔빌딩 102호

인스타그램 @popsipetel

취급 아이템 음반(LP, CD) 및 관련 도서, DVD, 음악 강좌


“안경의 매력을 해석해주는 곳”
라시트포

서울숲 바로 옆에 위치한 라시트포는 안경을 취급하는 편집숍이다. ‘우리가 쓰고 싶은 안경’이라는 전제하에 다양한 브랜드와 디자인을 소개한다. 대표를 비롯해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직접 써보고 싶은 안경이 있다면 유행에 구애받지 않고 들여온다고. 그렇게 만난 브랜드와 제품의 매력을 라시트포만의 주관적 관점으로 해석하며 편집숍이라는 정체성을 가져가고자 한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디테일한 상품 설명에만 몰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제품의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그게 고객의 취향과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이를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이를테면 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는 검정 뿔테 안경. 많은 이들이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라 표현하지만, 라시트포에서는 ‘어둡고 진한 선이 들어가기 때문에 성형 효과를 가장 크게 가져오는 디자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관점과 해석이 달라지니 제안하고 추천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

큐레이팅에 있어서 중요시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오리지널리티’. 라시트포 LACITPO라는 이름 자체도 안경을 표현하는 OPTICAL을 거꾸로 뒤집은 거라는 걸 눈치 챘는지? 지금 당장의 유행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원형이 되는 제품과 거기에 담긴 본질을 이해하고 전달하고 싶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겠다. 물론 그런 거 몰라도 안경을 즐기는 데는 전혀 지장은 없다. 다만 지금 내가 쓰는 모델의 기원을 접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포인트를 알게 된다면 안경의 매력과 가치를 더 풍성하게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클래식한 무드의 내부 인테리어 역시 오리지널리티라는 아이덴티티를 시각화한 결과다. 빈티지 나무 가구와 고풍스러운 샹들리에, 묵직한 우드 톤의 전신 거울과 디스플레이용 당구 테이블까지. 영화 <킹스맨>에 등장하는 테일러숍에서 초기 모티프를 가져왔다는데 과연 공간 구석구석에서 ‘오래된 것의 가치’를 녹여내고자 한 노력이 느껴진다.

디렉터 추천 안경_MOSCOT ‘LEMTOSH’_1915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표적인 안경 브랜드 모스콧. 모스콧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렘토쉬’ 모델은 컨버스 척 테일러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누구나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스탠더드 디자인이라는 점. 그럼에도 결코 스타일리쉬한 이미지를 잃지 않는다는 점. 다양한 컬러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 그 역사와 가치와 활용도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말하자면 하나쯤은 꼭 갖고 있어야 하는 안경계의 베이직템이랄까?


라시트포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14-1 (*분당구 정자동에도 지점이 있다.)

인스타그램@lacitpo_optical

취급 아이템 안경, 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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