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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런 향기 좋아하네? 젠더리스 우디 향수 3종

조회수 2021. 3. 25. 11: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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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글 쓰고 향 만드는 사람, 객원 필자 전아론이다. 얼마 전 디에디트 라이프 유튜브 채널에도 등장했지! (어깨 으쓱) 이제 안 본 사람 없겠지? (아직 못 봤다면 여기를 클릭!) 디에디트를 통해서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더 다양한 향들을 접해볼 기회가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경험도 하곤 한다. 이번에 구딸의 ‘믹스드 퍼퓸 컬렉션’과의 만남이 딱 그랬다. 구딸 파리는 어딘지 모르게 ‘여성스럽다’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믹스드 퍼퓸 컬렉션의 뒤엘, 닌페오 미오, 오 드 무슈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구딸 파리의 ‘믹스드 퍼퓸 컬렉션’은 총 여섯가지. 그 중, 이번에 다룰 세가지 향수는 모두 ‘우디 향’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 우디 향이라고 하면 흔히 무겁고 강렬한 나무 냄새를 떠올린다. 하지만 세상에 무수히 많은 꽃향기, 과일 향기가 있듯 나무 향 또한 다양하다. 구딸 파리의 우디 향수는 무겁지 않고 친근한 느낌의 나무 내음을 가지고 있다. 우디 향수라고 해서 우디 노트만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릴 다채로운 향기를 끌어안은 향을 만든다. 우디 향을 좋아하는 사람도, 우디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다 써봤으면 좋겠다. 당신이 아는 우디 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여기 또 새로운 우디의 세계가 있다는 걸 함께 누려봤으면.


공감각적 향기의 매력,
믹스드 퍼퓸 컬렉션

조향을 하다 보면 향에 대한 새로운 면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향은 일방향이 아니고, 단면적이지 않다. 다방면에서, 복합적으로 구현된다. 그래서 향은 공감각적이다. 어떤 대상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지만, 어떤 시간, 어떤 장소, 어떤 순간을 불러오기도 하는 것이다.

구딸 파리 믹스드 퍼퓸 컬렉션의 향들은 그런 매력에 충실하다. 탑 노트에서 미들 노트로, 그리고 라스트 노트로 향이 전개되면서 점점 눈앞에 공간이 펼쳐진다. 내가 실제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감싼 공기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느낌. 조향사가 향 속에 섬세하게 숨겨둔 바로 그곳으로 말이다.


향기로 누리는 티타임,
뒤엘

뒤엘은 ‘홍차 향 향수’로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디 아로마틱 향수로 분류되어 있길래, 약간 씁쓸하고 부드러운 우디 향 정도일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진짜 홍차 향기가 나잖아!?

처음엔 레몬에 가까운 밝고 쨍한 시트러스로 시작한다. 상큼한 향이 점점 베르가모트 뉘앙스로 고급스러워지면서, 투명하고 부드러운 그린 노트가 느껴진다. 청량하고 기분 좋은 향이다. 뒤이어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조금씩 올라오는데, 그때부터 뒤엘의 매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잔잔하게 깔린 우디향이 무게감을 잡아주며 차분히 홍차의 향이 드러난다. 여기서 탑노트의 베르가모트 향이 시트러스의 느낌을 벗고 홍차 향에 살포시 얹어진다. 맞아. 홍차 중의 홍차, 얼그레이가 찻잎에 베르가모트 향을 입혀 만들어지는 거였지. 뒤엘의 향기 덕분에 마치 두 손에 홍차가 담긴 잔이 쥐어진 듯한 착각에 휩싸이게 된다.

이른 아침, 푸르른 나무가 가득한 앞뜰에 앉아 홍차를 마시며 나만의 티타임을 갖는 느낌이랄까? 기본적으로 홍차 향에는 여유로움이 묻어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잠을 깨기 위해 마시는 커피의 긴박함과 정반대의 성질이다. 안정감을 누리기 위해, 가만가만 대화를 하기 위해, 나 자신과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홍차를 마신다. 그래서 뒤엘의 향을 입고 있으면 바쁜 일상 속에서도 힐링이 된다. 언뜻 언뜻 내 몸에서 풍기는 그 향을 맡을 때마다 말이다.

이런 향수야말로 외강내유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인하게 느껴지는 메인 노트 안에 이렇게 유유자적하고 지적인 향을 감추고 있다니. ‘이중적’이라는 뒤엘의 뜻과 정말 잘 어울린다. 적당한 무게감에 쌉쌀함과 청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홍차 향은 계절과 상관없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찾기 좋을 것이다.


무화과가 열린 정원에서 만나요,
닌페오 미오

최근 무화과 향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찾아보면 무화과 향수가 의외로 많지 않다. 그중 닌페오 미오는 숨겨진 명작(?)으로 알려져 있다. 무화과 향수는 갖고 싶은데 너무 무겁거나, 너무 달거나, 너무 답답한 느낌이 싫은 사람들이 닌페오 미오에서 구원(!)을 얻는다고 한다. 하지만 닌페오 미오를 단순히 ‘무화과 향수’로 단정 짓기는 아쉽다. 향의 중심에는 분명 무화과가 있지만, 그 주위를 감싸는 복잡다단한 향들의 매력 또한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닌페오 미오는 이탈리아에 실제로 존재하는 닌파 가든, 그리고 그 정원 안에 흐르고 있는 닌페오 강을 구현한 향이다. 향으로 장면, 혹은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지! 첫 향에서는 달콤하고 과즙이 풍부한 시트러스의 느낌이 무화과의 향과 어우러진다.

여기서의 무화과는 완전히 푹 익은 무화과라기보다 초록의 껍질을 가진 청무화과에 가깝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이 점점 넓어지는 것처럼 향이 전개되는 것이 굉장히 독특하다. 무화과에서 무화과가 달린 나뭇가지, 그 곁의 잎사귀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무화과 그 자체의 향도 분명 매력있다. 하지만 닌페오 미오처럼 무화과가, 무화과 나무가 놓인 풍경을 모두 담은 향수가 또 있을까? 무화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일들이 열려있는, 푸르른 잎사귀가 가득한 숲의 향. 잔향에서는 나무의 우디한 향과 정원 특유의 촉촉한 물기까지 살포시 더해진다. 닌페오 미오에서 흘러나오는 향을 가만히 맡고 있으면 이국적인 정원 어딘가에 다다른 듯한 기분이 든다. 비록 내 몸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 하더라도.


자꾸만 끌리는 클래식의 매력,
오 드 무슈

프랑스어인 무슈는 영어에서의 Sir처럼, 상대를 높여 부를 때 쓰는 말이다. 향을 맡아보니, 정말 찰떡같은 이름을 지었구나 싶었다. 뭐랄까, 이 향을 뿌린 순간, 내가 클래식함과 고급스러움을 갖춰 입은 기분이 든달까.

오 드 무슈는 시트러스 향수이지만, 그 안에 바다의 느낌이 숨어있다는 게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다. 첫 향도 상큼 발랄한 시트러스가 아니라 굉장히 멋스럽고 세련된 시트러스 향으로 시작한다. 이끼를 닮은 시프레 향조의 느낌이 더해지면서 시원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거기에 살짝 더해지는 짭조름한 향 때문인지 바다가 떠오르나 보다.

그래, 지중해에 위치한 고급 호텔 테라스에서 바다를 내다보면 이런 향이 나지 않을까!? 우윳빛 비누의 향을 닮은 잔향도 그런 상상에 한몫을 더한다. 고급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내가 아무리 평범한 옷을 입었대도 어깨에 힘이 살짝 들어가는 그런 기분이 들곤 한다. 오 드 무슈의 향을 입고 있는 내내 그와 비슷한 기분에 휩싸였다. 청바지에 스웨터를 입어도,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어도, 어딘지 모르게 나를 ‘귀하게’ 만들어주는 느낌. 이런 향은 나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하나쯤 갖춰두면 좋겠다.


조향을 하면서 다양한 향을 접하다보면, 각각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생기곤 한다. 그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지만, 조향사는 자칫 잘못하면 그 이미지에 갇혀 자기 복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구딸 파리의 믹스드 퍼퓸 컬렉션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자기 스타일을 견고히 하되, 향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길도 있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용감하고 유연해야 한다. 이 향기들 안에서 그 용기와 부드러움을 떠올렸다. 내 안에서도 나를 확장할 수 있다. 구딸 파리의 믹스드 퍼퓸 컬렉션이 그랬던 것처럼.


*이 글에는 구딸의 유료 광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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