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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높여주는 무접점 키보드 4종

조회수 2021. 4. 5. 10: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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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B다. 내가 지금까지 샀던 키보드 개수를 세어 보니 여덟 개였다. 로지텍, 레오폴드, 한성, 한성 또 한성 그리고 콕스. 나는 왜 이렇게 많은 키보드를 가지고 있을까. 기억을 되짚어보니 구매할 때마다 다 이유가 있기는 했다. 오늘은 개인 소장 키보드를 소개하며 왜 사게 되었는지 변명을 늘어나 보려고 한다.

멤브레인 키보드를 제외하고 기계식&무접점 키보드만 소개할 예정이다. 개수는 총 다섯 개. 한 개는 알프스 백축, 네 개는 무접점이다.


한성
GTune MAF35 응답하라 1992

2015년 11월, 한성에서 출시한 기계식 키보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전국적인 레트로 열풍을 일으키던 때였다. 한성이 그 열풍에 으랏차 올라타서 출시한 키보드가 바로 이 ‘GTune MAF35 응답하라 1992’ 키보드다. 1992대 한정판으로 제작했고 하판을 보면 몇 번째 제품인지 넘버를 확인할 수도 있다.


키보드가 딱히 필요가 없었음에도 ‘응팔’ 애청자라 구매를 결정했다. 정식 굿즈는 아니었지만 기념하고 싶었다(돈을 못 모으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가격은 5만 9,700원.

그땐 기계식 키보드가 뭔지, 청축은 뭐고 적축은 뭔지 전혀 몰랐다. 어디선가 기계식 키보드가 좋다는 말 정도만 들었을 뿐이다.

우선 디자인부터 보자. 90년대 키보드 디자인을 제대로 살렸다. 전체 컬러는 베이지, 키캡 컬러는 보면 그레이/베이지 투톤이고 폰트도 예스럽다. 오른쪽 숫자패드 상단을 보면 초록색 LED가 들어오는데 이것도 레트로 감성이다. 중학생 때 이것과 정말 비슷하게 생긴 키보드로 <삼국지2>에 젊음을 불태웠다.


하지만 키보드를 몇 번 두드려보고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로망은 깨졌다.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짝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심장이 너무 두근거리면 내 심장 소리가 그 사람에게 들릴까 봐 걱정하는 로맨스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옆집에 내 타이핑 소리가 들릴까봐 조마조마할 정도다. 이거 혹시 1990년대가 아니라 1890년대의 감성을 살린 걸까. 타자기를 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짤칵짤칵 거리는 클릭음의 청축보다도 더 시끄럽다. 알프스 백축을 썼기 때문이다.

90년대 가장 많이 쓴 스위치가 알프스 백축이라고 한다. 90년대 감성을 구현하겠다는 컨셉에 충실한 결과물이긴 하다. 하지만 키를 누를 때 부드럽지 않고 살짝 걸리는 느낌이 들고 타이핑 소리가 신경 쓰여서 실사용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구매자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키감이 좋지 않지만 옛날 그 느낌이 나긴 한다고 하더라.

그 감성을 인정하긴 하지만 완성도가 나쁜 건 부인할 수 없다. 키를 누를 때마다 스프링 소리가 팅팅하고 울리고 통울림도 심하다. 윤활 작업을 하면 쓸 만한 정도는 된다고 하지만 어차피 소장용인데 그렇게까지…?


한성
GTune CHL8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부른다. 백축 키보드를 사고 난 후로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나는 애매하게 입문자용을 사지 않고 바로 끝판왕으로 직행하는 스타일. 어디선가 해피해킹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좋아 해피해킹을 사자! 하지만 가격을 보고 바로 포기했다. 키보드 하나가 30만 원이라니. 그 대안으로 저렴한 무접점 키보드를 구매했다. 한성에서 만든 GTune CHL8이다. 특별히 이 모델을 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저렴해서 샀다. 가격은 9만 원대.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다.

무접점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가 아니다. 오히려 작동 방식만 보면 멤브레인 키보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키를 바닥 끝까지 눌러서 접점 시켜야 입력이 되는 멤브레인 키보드와 달리 무접점 키보드는 키캡 안에 스프링이 있어서 약간의 압력만 가하면 스프링이 키를 눌렀다는 걸 인식한다. 그래서 타자를 칠 때 끝까지 누를 필요가 없어서 힘이 덜 들어간다.

무접점 키보드를 산 결정적인 이유는 소리 때문이다. 보글보글 도각도각 거리는 소리가 좋았다. 사무실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은 다른 기계식 키보드보다 비싸다는 것. 그래도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며 일하면 생산성이 조금 올라가는 듯했다. ‘이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야’라고 자기합리화를 했다.

CHL8을 산 후로 3개의 무접점 키보드를 더 샀지만 난 아직도 이 녀석의 소리가 제일 좋다. 보통 무접점 키보드를 타이핑할 때 나는 소리를 ‘도각도각’ 또는 ‘보글보글’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 제품은 ‘서걱서걱’거리는 소리도 난다. 음…그게 무슨 소리냐면 어딘가 긁히는 마찰음인데… 휴, 어렵다. 키보드 소리를 말로 표현하기란 참 힘들다. 백문이불여일타. 직접 쳐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

키보드를 반 년 쯤 썼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타이핑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엔터키를 누른 것처럼 줄이 띄어졌다. A/S에 맡길 때 들은 바로는 습한 환경에 보관을 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하더라. 수리 센터로 보내고 며칠 뒤 다시 제품을 받았다. 하지만 그 문제는 여전했다. 그 후로 이 키보드를 실사용하지 않았다. 가끔 소리나 들으려고 몇 번 두드리기만 했다.


레오폴드
FC660C

CHL8이 고장 난 후에 새로운 키보드를 찾아 나섰다. 이번에도 역시 첫 번째로 떠오른 제품은 해피해킹이었다. 하지만 곧 마음을 접었다. 예전엔 재정적인 이유로 구매를 포기했다면 이번에는 사용성 때문이었다. 해피해킹은 미니키보드로 디자인이 초심플하고 예쁘지만 방향키가 없어서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고민 끝에 레오폴드 FC660C를 구매했다. 가격은 약 21만 원.

레오폴드는 해피해킹과 함께 무접점 키보드 브랜드의 양대산맥 ‘리얼포스’의 유통사이자 무접점 키보드를 제작하는 국내 브랜드다. 나는 FC660C를 구매하면서 무접점 스위치에는 토프레, NIZ EC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청축, 흑축 같은 말을 들어봤을 거다. 기계식 키보드가 가진 특유의 키감은 청축, 흑축 같은 스위치에서 오는 차이다. 같은 스위치라 하더라도 제조사마다 차이가 있다고 한다.

무접점 키보드도 마찬가지다. 기계식 키보드에 청축, 적축, 갈축 등이 있다면 무접점 키보드에는 토프레, NIZ EC가 있다. NIZ EC를 보통 ‘노뿌’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명칭은 NIZ EC다.

토프레와 NIZ EC를 직접 타건해보면 확실한 차이가 느낄 수 있다. 보통 토프레의 소리는 초콜릿이 부러지는 도각도각, NIZ EC는 찌개가 끓는 보글보글이라고 표현한다. 근데 이것도 브랜드마다 제품마다 소리가 다르다. 나는 NIZ EC를 사용한 무접점 키보드가 3개 있는데 소리와 키압이 미세하게 다르다.


토프레와 NIZ EC의 소리가 다른 이유가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키캡 안에 있는 러버돔의 재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프레에는 생고무 러버돔이 사용되었고, NIZ EC에는 실리콘 러버돔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키보드의 세계는 심오하다.


FC660C의 타건음은 확실히 경쾌했다. 덜 뭉개지고, 깨끗하고, 해상도가 높은 소리다.

디자인도 훌륭하다. CHL8에 비해 고급스럽다. 키캡 폰트는 조금 더 신명조스럽다. 귀엽지 않고 진지한 느낌이다. 컬러도 화이트가 아니라 다크 베이지 같은 컬러를 써서 가벼워 보이지 않고 진중하다.

디자인 킬링 포인트는 측면에 프린트되어 있는 C=Q/V=ε(A/t )라는 문구다. 정전용량측정 공식이라고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공식은 근의 공식뿐이다.

1년 넘게 사용하면서 잔고장이 없었던 훌륭한 녀석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블루투스가 되는 모델을 찾아보기로 했다.


한성키보드
Gtune GK868B

블루투스 키보드는 이미 3개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접점 키보드는 없었다. 그래서 샀다. 이번에야말로 해피해킹을 사야 하나 싶었는데 한성에서 만든 GTune GK878이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길래 큰 고민 없이 구매했다. 이제는 굳이 해피해킹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CHL8과 같은 NIZ EC를 쓰고 있지만 소리는 조금 다르다. CHL8이 서걱거림이 있는 보글거림이라면 이건 서걱거림이 적은 보글거림이다. 무접점 키보드를 써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런 표현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내가 자주 보는 키보드 유튜버 드보키 영상 링크를 걸어놓을 테니 한 번 보면 좋겠다.

일단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딥블랙 컬러를 기대했는데 스페이스 그레이에 가까운 컬러였다(구매 전에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내 잘못이지만). 키캡 폰트는 그보다 밝은 베이지색이다. 무각이면 더 멋있을 것 같은데 어차피 키캡은 바꾸면 되는 거니까 큰 상관은 없다.

가격은 12만 9,000원이라 해피해킹과 비교해 저렴하고 무게는 630g으로 휴대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키보드 케이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적당한 걸 찾지는 못했다. 그래서일까. 마음에 들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선물로 받았던 로지텍 K380을 거의 들고 다녔다(험하게 다룰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랜만에 한 번씩 쓰려고 꺼내면 ‘블루투스를 어떻게 켜는 거더라…’하면서 헤매기 일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텐키가 있는 풀배열 키보드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COX
CNK103

콕스는 컴퓨터 주변기기 브랜드 앱코의 자회사다. 솔직히 콕스 제품은 지금껏 고려해본 적이 없었는데, 한성은 많이 써봤으니 안 써본 걸 사자는 생각으로 콕스를 구입했다. 풀배열 키보드 중에 블랙 컬러를 찾아봤는데 최근에 출시한 콕스 CNK103이 제일 멋져 보였다. 이 제품은 작년 11월에 출시했고, 가격은 13만 원대.

전에 사용했던 CHL8, GK868B 보다 조용했다. 숫자패드가 있고, 더 조용하니 사무실에서 업무용으로 쓰기에 좋았다.

디자인은 투박한 편이다. 전에 샀던 한성 CHL8, GK868은 모서리가 라운드 처리되어 부드럽고 귀여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 제품은 각이 딱 잡혀있다. 레오폴드 FC660C도 각진 모서리 스타일이긴 하지만 CNK103은 딥한 블랙이라 더 강렬해 보이는 것 같다. 아래 사진에서 GK868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하자.

기분 좋은 디테일이 눈에 띈다. F, J, 5 등 돌기가 있는 키캡은 홈이 살짝 깊어서 검지를 올려놓을 때 안정감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아는 풀배열 키보드보다 가로 폭이 짧은 편이다. 여백을 줄이고 방향키를 집어넣었는데, 이런 방식의 배열을 ‘1800배열 키보드’라고 한다. 체리사에서 제작했던 G80-1800의 배열과 닮았기 때문이다. 1800배열은 처음 써봤는데, 숫자 패드가 있지만 가로 길이가 짧아서 데스크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정말 만족스럽다.

아직도 더 사고 싶은 키보드가 있냐고 묻는다면, 이제 겨우 발걸음을 뗐다고 말하고 싶다. 청축, 적축, 갈축, 흑축, 저소음 적축, 저소음 갈축을 사지 않았고, 키캡 놀이도 많이 해보지 않았으며(키보드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수도 있다), 윤활을 시도해보지도 않았고, 커스터마이징의 세계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라마웍스의 키보드를 사고 싶다. 가격이 40만 원 정도 하는데… 타이핑 소리가 심장을 울린다. 링크를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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