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있어서 환갑에 대학을 다녔어요"

조회수 2020. 5. 7.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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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마흔 일곱 번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이민재(68, 당구장 운영)

전파상을 30년 동안 운영했다. 전파상을 하면서 당구장 5년, 피시방 10년, 다시 당구장을 10년째 운영 중이다. 그 와중에 검정고시를 통해 중고교를 졸업하고, 피시방을 운영하던 당시에는 대학에도 갔다. 만학도. 그의 인생 가운데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먹먹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가 부러웠다. 그의 아내와 같은 동반자를 나는,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누군가에게 그의 아내와 같은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 전파상은 왜 관두신 거예요? 

 

+ 30년을 했어요, 전파사업. 전자 수리하는 거예요. 수리만 하다 보니까 어딜 나가질 못했어요. 대인관계? 전혀 없었어요. 지금 이렇게 선생님이랑 대화하는 것도 어색해요. 50살이 조금 넘었을 때, 세밀한 것들이 잘 안 보이더라고. 시력이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당구장을 차렸어요. 낮에는 전파상, 저녁에는 당구장. 낮에는 집사람이 당구장을 봤죠. 

 

+ 말 나온 김에, 우리 집사람 얘기를 조금 하고 싶어요. 내가 표현을 못 해요. 가슴으로만 하고 있어서, 그래서 고맙다는 얘기하고 싶어요. 집사람이 없었으면 나는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왜냐고요? 

 

+ 제가 대학을 10년 전쯤에 나왔는데요, 저는 원래 중학교도 졸업 못하고 학교를 때려치웠어요. 제가 소아마비를 갖고 태어났거든요. 학교를 가니까 애들이 하도 놀리니까, 가기가 싫은 거였죠. 근데 집사람 도움으로 중,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패스했어요. 대학까지 갔죠. 집사람이 권유해줬고, 집사람이 당시에 15시간씩 피시방에서 일했어요. 잠잘 시간도 없이, 남편 뒷바라지에, 애들 뒷바라지에. 제가 잘해야 돼요. 시골 아가씨였는데, 남편 잘못 만나서 너무 고생만 했어요. 밖에 외식도, 외출도 잘 못했어요. 이제는 좀 해야죠.  

 

- 아버님의 가족 이야기도 궁금해요.  

 

+ 어릴 때 형이 있었어요. 그런데 6・25 때 하늘로 간 거예요. 그래서 내가 장남이 됐어요. 동생이 셋 있었고, 결혼을 하고 시동생들까지 뒷바라지했어요. 우리 자식들도 키우면서 동생들 뒷바라지하다 보니 애들이랑 어디 여행도 한번 못 갔어요. 하고 싶은 걸 포기하게도 했고, 애들에게는 그래서 늘 미안해요.  

 

+ 어머니가 아직 계셔요. 올해 90세가 되셨어요. 아버님이 참전군이셨는데, 어머니도 참 고생 많이 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할지 모르겠지만 부디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는 뭐 집사람이 해주는 대로 잘 묵고 있어요. 돈이야 많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건강하자고요. 건강이 최고예요. 

피시방과 당구장을 운영하면서, 젊은 친구들과 노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재미가 있어, 최근에는 주에 한번 장애인 당구교실에서 당구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대회도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건강하게 즐겁게 행복한 노후를 즐기고 싶다고 전했다. 

#OFFTHERECORD 

 

딸 : 아~ 아빠 예쁘다. 

아빠 : 아빠 보고 멋있다고 안 하고, 예쁘다고 하네. 

딸 : 우리 아빠 원래 예쁜 스타일이야.

#아빠에게 

 

사랑하는 아빠, 큰 딸 유승이에요. 스무 살 이전에 아빠한테 편지 써보고 정말 오랜만에 쓰네요. 어버이날에도 코르사주 카네이션 대신 바구니를 사다 보니 이런 일들이 쑥스럽네...  

 

나한텐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기고 동안이었던 아빠가 어느 순간 나이 들어가는 게 내 눈에 보이니 마음 한편이 안 좋더라고요. 어느 날, 불현듯 1년이라도 젊은 아빠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화보 촬영 이벤트를 하게 되었어요. 생각 외로 아빠가 잘 따라와 주고 모처럼 우리 식구 나들이도 할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되었다 생각해요. 항상 건강하시고 아빠가 하는 모든 일을 응원할게요. 사랑해요 아빠.  

 

유승이 올림  

 

#남자는죽을때까지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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