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가 내리는 과수정원, 꽃비원 슬로 라이프

조회수 2019. 11. 18.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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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하, 오남도 부부의 농장 꽃비원과 레스토랑 꽃비원홈앤키친에는 슬로 라이프를 향한 도시인의 꿈이 꽃핀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귀농, 귀촌이 자주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제는 수많은 사람이 시골살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요컨대 대화의 중간쯤에서 “시골에 가서 농사 짓고 살까”라는 말이 이따금 튀어나와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티향살이나 서욺에서의 삶에 지치거나, 어느새 귀농 생활의 꿈을 가진 사람 중에서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이들도 있다. 귀농 역시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슬로라이프에 대한 확신 아래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논산에서 만난 정광하, 오남도 부부의 농장, 꽃비원 또한 이렇게 탄생했다. 

두 사람은 대학교에서 농업을 전공했다. 정광하는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시골에서의 삶을 꿈꿨다. 말이 쉽지 당장 실현할 수는 없었다. 도시에서의 10년은 지치고 소모되었고, 이것은 그가 논산으로 향하는 이유가 되었다. 오남도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로, 졸업 이후 쭉 농업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지금은 논산에 내려왔지만 그 당시까지만 해도 오남도의 가족 모두 서울에 있었다. “시골에 간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아내와 함께 많이 고민했어요. 그저 어렴풋이 땅을 구해 농업을 가꾸며 사는 삶을 머릿속에 그려봤죠.” 그러다, 정광하가 미국에서 일하던 3년 사이 부부에게는 아이가 생겼고,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시간이 3년이나 되자 한국이 몹시 그리워졌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를 낳고, 부부가 나눠왔던 슬로라이프의 꿈을 실현하기로 한다.

농사지을 땅을 찾아 여러 곳을 방문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을 살피던 중, 공주나 부여보다 땅값이 비교적 싼 논산에 눈길이 닿았다. 정광하 아버지의 고향이자 친척들이 있는 논산이라 더 마음이 갔다. 군부대 앞에 위치한 약 7273제곱미터의 땅은 사실 농장치고는 크지 않다. 올해 7년 차에 접어든 농장일인데도 쉽지 않다. 약 80가지의 작물을 키워봤을 정도로 다품종을 관리했었지만, 현재는 좀 더 잘 자라고 관심 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10월 중순, 농장에는 여전히 수확을 기다리는 작물이 있었다. 부부에게는 여전히 마늘을 심고 들깨를 털고 가지를 따고 당근을 뽑아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잘 익어가는 오이들도 돌봐야 한다. 농장 이름인 꽃비원은 ‘꽃비가 내리는 과수 정원’이라는 뜻이다. 나무를 심고,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농장. 지금의 꽃비원은 이름과 꼭 일치하는 모습이다.

부부가 꽃비원을 지금까지 운영하는 데에는 농부시장 마르쉐@의 힘이 컸다. 마르쉐@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꾸러미’는 농부들의 제철 수확물을 소포장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것이다. 꽃비원은 현재 20가구에 꾸러미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는 도시에서 부부의 정성을 담은 건강한 농산물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그들은 푸릇한 농산물을 보며 지금 꽃비원 농장에 어떤 작물이 나는지, 어떤 계절이 찾아왔는지를 어림짐작 해보기도 한다. “마르쉐@는 작물을 판매하기에도 좋은 곳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게 도와줬어요. 꾸러미를 받아본 분들의 응원과 도시 사람들과 나누는 소통이 저희에게 큰 힘이 돼요.” 수확한 작물은 3가지 방식으로 뻗어 나간다. 1순위는 꾸러미. 두 번째는 SNS나 웹사이트를 통한 판매 그리고 세 번째는 부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꽃비원홈앤키친에서 식자재로 사용한다. 

레스토랑은 농장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6월, 1~2테이블로 운영하던 꽃비원 키친을 꽃비원홈앤키친이라는 이름으로 확장 오픈했다.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여타 식당처럼 대대적인 홍보는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웃보다 SNS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식사와 음료 메뉴는 계절마다 바꾼다. 키우는 작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으로 하기에 식사와 음료 메뉴는 계절마다 바뀐다.

현재는 양파 듬뿍 커리밥, 된장소스 볶음밥, 감자 그라탕, 채소 파스타, 바질 토마토 피자 등을 선보이고 있다.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철에는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는 이 지역 농부들의 농산품을 활용해 음식을 만들어요.” 사람들과의 소통은 꽃비원이 늘 중요시 여기는 요소다. 소통의 대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마르쉐@에서 만난 요리사들, 주변 지역 농부까지도 포함한다. 레스토랑 옆에 위치한 2층 빌라는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에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에어비앤비에 등록되어 있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부부의 집은 농장과 가까운 곳에 있다. 농사일을 가까이에 두어야 하는 이유에서다. 둘뿐이다 보니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어 자연스레 소량 생산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년부터는 우프코리아를 통해 호스트가 되어 국내외 사람들과 교류할 예정이다. 우프란 농가를 체험하고 싶은 국내외 우퍼들을 농가와 이어주는 비영리단체다. 우퍼들은 호스트에게 숙식을 제공받고, 호스트들은 농사일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해는 지인 덕에 처음으로 미국, 일본, 한국의 우퍼들을 만났어요.” 아늑한 가정집, 가까운 농장. 한마디로 우프코리아의 호스트로 손색없는 조건이다. 우퍼의 입장에서는 서울과 2시간 30분 거리, 공주와 부여의 역사 문화를 체험하기에 편리한 동선 등 논산이 지닌 지리적 요인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기에 친환경 농법을 고수하는 이들의 노력이 우프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를 비롯해 꽃비원의 모든 농작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비닐하우스에 키우는 배춧잎은 벌레가 먹은 흔적이 그대로 보였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일까, 미니 사과는 올해 거의 실패에 가깝다 말했다. “결국엔 우리 아이가 누릴 땅이잖아요.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억지로 작물을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엄마의 마음은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릴 때부터 농장을 놀이터 삼아 자란 아들 원호는 엄마 못지않게 농장을 향한 애착이 크다. 곳곳에 둔 원호의 그림을 가리키는 엄마 오남도의 입가에는 마침 꽃비원의 따뜻한 농장을 닮은 미소가 피었다.

에디터 김수현 

포토그래퍼 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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