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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월세는 사상 최대 폭락, 한국만 마이웨이?

조회수 2020. 7. 24.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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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샌프란시스코 월세
1년새 전보다11.8% 사상최대폭 하락
출처: 라이징S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등 억만장자들이 코로나를 피해 뉴질랜드로 피신하거나 아예 지하 벙커를 짓고 있다고 한다. 이미지는 지하벙커 전문기업 라이징S의 벙커 모형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집값은 날로 치솟는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은 폭락 중이라고 합니다. 바다 건너편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요즘 포착되는 현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엔 'IT 공룡' 본사가 몰려 있는데, 이들 기업이 코로나19 이후 재택·원격 근무를 본격 시행하면서, 해당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이 지금처럼 비싼 돈을 내며 실리콘밸리에 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인 거죠.

출처: 조선DB, 트위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임대자를 구한다는 표지판(왼쪽)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걷고 있는 마스크를 쓴 남성(오른쪽)


재택근무를 진행 중인 페이스북에서 근무하는 약혼녀를 둔 한 이주 예정자는 "렌트비(월세)를 아낄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거주했던 방 한 칸 집의 월세는 2650달러(약 317만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출처: 줌퍼
미국 내 렌트비 상위 지역 리스트.


그간 실리콘밸리 월세가 비쌌던 것은 인근에 글로벌 기업 본사가 대거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엔 트위터, 마운틴뷰엔 구글, 멘로파크엔 페이스북, 새너제이 인근 쿠퍼티노엔 애플 본사가 있죠. 그래서 이 지역의 집값과 렌트비는 미국 최고 수준을 기록해 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그 위상에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줌퍼(Zumper)'에 따르면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의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세가 1년 전보다 11.8% 하락했습니다. 2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월간 하락 폭으로는 사상 최대입니다.

출처: 조선DB


구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지역 월세 가격(방 한 개 기준)도 1년 전보다 15.1% 하락했습니다. 멘로파크(-13.5%), 새너제이(-8%), 팰로앨토(-11.1%) 지역도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구체적인 가격 수준을 보면 올 6월 샌프란시스코 방 한 개짜리 월세 평균 가격은 3280달러(392만원)로, 1년 전(3720달러)보다 400달러 이상 하락했습니다. 여전히 미국 아파트 평균 월세 중간값(147만원)의 2.7배에 달하는 고가지만, 두 자릿수 하락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출처: 조선DB
미국의 IT공룡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반면 실리콘밸리 외곽은 가격이 올랐습니다. 구글 본사까지 차로 45분 소요되는 오클랜드의 6월 월세는 1년 전보다 4.5% 올랐습니다. 더 먼 새크라멘토 지역은 7.9% 상승했습니다.


원격근무 확산으로 '지리적 자유'를 얻은 직원들이 실리콘밸리를 탈출하기 시작하면서 중심가 월세가 크게 떨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쌌던 외곽 지역의 월세는 오르는 것입니다.

공룡 IT 기업 직원들이
실리콘밸리를 탈출하는 이유
출처: 조선DB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실리콘밸리 월세 하락은 IT 기업들의 잇따른 재택·원격 근무 선언으로 보다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원하는 직원은 앞으로 계속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앞으로 5~10년에 걸쳐 페이스북 직원 중 절반이 영원히 원격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굳이 출퇴근을 할 필요가 없어지면,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사는 사람 중 28%가 (집값이 비싼) 중심부를 벗어나 다른 곳에 살 의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재택근무의 확산은 사옥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의 입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고 큰 사옥은 재택근무 앞에선 무용지물이 돼 버리니까요. 구글은 사무 공간 확대를 위해 본사 인근 부동산을 매입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두 중단했다고 합니다.

도심과 아파트 선호하는 한국에선
아직 먼 나라 이야기
출처: 롯데쇼핑
롯데쇼핑 본사 직원들이 본사 사무실이 아닌 '거점 오피스'로 운영되는 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직은 시기상조인듯 합니다. 에어비앤비 등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완전한 재택·원격 근무를 선언한 대기업이 없을뿐더러, 부동산 문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한국은 아직 도심이나 핵심주거지역에 모여사는 것을 선호합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국에서는 도심 집중화, 아파트 선호화가 더 빠르고 강하게 진행되고 있어 실리콘밸리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실리콘밸리의 테크 공룡들이 원격으로도 실제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점은 고무적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원격·재택근무가 점차 확산되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그 파급효과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요?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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