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본사도 생각 못한 한국 주부의 발명 특허

조회수 2020. 8. 7. 14: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두 아들 키우던 경단녀, 레고형 화분 개발

남편 권유로 집에서 창업

아이디어 인정받으며 올 상반기에만 매출 4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스타트업계도 여성 전성시대입니다. 여성 창업자들의 성공 비결을 들어 보는 ‘스타트업 여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당당한 일원으로 활동하는 여성 창업자들을 함께 응원해 보세요.

출처: 블록가든
제품을 홍보하는 박하영 대표


아이의 창의력과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 식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관리가 까다롭고, 아이가 금방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성공적으로 키우는 게 쉽지 않다. 내 아이가 식물에 대해 좀 더 재밌게 접근할 방법을 찾다 직접 창업을 한 ‘블록가든’의 박하영 대표를 만났다.


◇어린이 흥미 고민하다 레고형 화분 개발


초등학생 두 아들을 둔 박 대표는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였다. 육아 때문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두 아들을 돌보던 그는 집-학교-학원을 반복하는 아이들의 생활이 안쓰러웠다.

출처: 블록가든
블록가든 화분


“학원갔다 돌아와선 스마트폰으로 게임만 했어요. 이 아이들이 식물을 키우며 자연과 소통하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화분이 어린 친구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형태면 좋겠더라고요. 불현듯 레고 블록으로 화분을 만들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죠. 레고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니까요.”


박 대표가 디자인 특허를 받은 화분은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인 육면체 형태다. 화분에 흙을 담아 선인장, 스투키(공기 정화 식물) 등의 작은 식물을 심으면 된다. 표면이 레고 블록으로 돼 있어서 제공되는 꾸밈 블록이나 캐릭터를 꽂아 다양하게 장식할 수 있다. 내킬 때마다 언제든 다양하게 꾸밀 수 있어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기 좋다. 온라인몰(https://bit.ly/31qHs1Q) 등에서 판매한다.

출처: 블록가든
꽃박람회에 참여한 박하영 대표


◇남편 응원에 창업, 박람회 등 다니며 제품 보완


개발 후 사업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창업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사업을 해본 경험이 없고, 10년 다닌 법률 회사에선 사무직으로 일했을 뿐이었어요. 도무지 자신이 나지 않았습니다.” 망설이던 박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끌어 준 사람은 남편이었다. 영업·마케팅 쪽 일을 하는 남편이 ‘내가 도와줄 테니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남편의 제안에 경단녀 생활을 접고 다시 일을 해보자는 열망이 피어났다. “예전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땐 좀 지쳐 있었어요. 그렇게 일을 좀 쉬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다시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경력 단절이 생긴데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라 새 직장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던 중 블록 가든 아이디어가 나왔고, 남편의 응원 덕에 창업을 실행하게 됐습니다.”

출처: 블록가든
다양하게 꾸민 블록가든 화분


2018년 5월, 따로 사무실은 얻지 못한 채 집에서 창업했다. 초기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제품 디자인이나 포장, 홈페이지 제작 등이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 판매를 시작했어요. 미흡한 부분이 많으니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어요. 부족한 분야를 하나하나 채워가는 건 다 돈이 필요한 일이라정말 힘들었습니다.”


판로를 뚫기 위해 플리마켓이나 박람회 등을 찾아다녀 보기도 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신기하다, 귀엽다, 예쁘다 같은 반응을 다들 보여주시기는 했는데 막상 구매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결국 창업 첫해는 ‘반응은 좋은데 왜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해결책을 실험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출처: 블록가든
전시회에 참여한 박하영 대표


창업 2년차에 접어들면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하고, 여성발명왕 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학교장터 공급업체와 서울 창조경제혁신센터 작은기업에도 선정됐다. “도와주는 분이 많았어요. 경기도 고양시가 젊은 창업자에게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해주는 프로그램(28청춘사업소)의 지원을 받았고요. 남편이 마케팅, 세무 등에 대해 조언을 해준 것도 큰 힘이 됐어요.”


여러 지원과 실적은 매출로 연결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은 온라인몰(https://bit.ly/31qHs1Q) 등에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배 넘게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저희 제품을 찾아주시는 분이 많아졌고요. 작년에 온갖 박람회를 다 찾아다닌 결실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좀더 상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해서 보완하고 있습니다.”

출처: 블록가든
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박하영 대표


◇가드닝 문화 선도 기업 꿈


경단녀에서 사업가로 변신하면서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다. “일이 늦게 끝나 집에 오는 날이면 아이 둘이서 손 꼭 붙잡고 잠들어 있는 모습을 봅니다. 무척 짠하죠. 그래도 아이들이 열심히 응원해줍니다. 집에서 포장 작업하고 있으면 와서 도와주기도 하는 무척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학교에서 ‘우리 엄마가 특허도 내고, 꽃박람회도 나간다’고 자랑도 한다네요. 선생님 통해서 ‘아이가 엄마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지금 당장 큰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보람도 있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으니 더할 나위 없습니다.”


-앞으로 목표는요.

“지금 당장은 단순 ‘화분 가게’ 정도로 보일 수 있어요. 앞으로 다양한 관련 제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도록 돕는 ‘가드닝(Gardening·정원 가꾸기)’ 문화를 선도하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김승재 에디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