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1등만 19번 나온 로또 명당에 정부가 예산 2억원 쓴 사연

조회수 2021. 4. 5. 09:16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로또 공화국 천태만상


지난해 하루 평균 130억원어치가 넘는 로또가 팔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의원이 지난 1월 기획재정부에서 제출 받은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0년 하루 평균 로또 판매량(1장당 1000원)은 1297만8093장이다. 2020년 우리나라 인구가 5182만9023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이 나흘에 한 장씩 산 셈이다. 크리스마스 주간에는 복권이 한 주에만 약 1001억원어치가 나갔다.


로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하루 평균 판매액 증가율은 2018년 4.8% 2019년 8.2%에서 지난해 10.1%으로 가팔라졌다. 로또 공화국의 천태만상을 알아봤다.


◇로또 명당에 차량 몰리자…차로 늘리는 용인시

출처: 용인시
길가에 자리잡은 '로또 명당' 때문에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용인시 보라동 일대 도로.
출처: 더비비드
용인의 로또 명당에 부착된 플래카드.


지난 2월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로또 때문에 예산 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로또 1등 당첨자가 19차례 나온 ‘로또 명당’에 사람이 몰리면서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지역 주민의 민원이 제기되자 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용인시는 차로를 1개 더 늘려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로 했다.


문제의 판매점 건물 출입구에는 ‘로또 1등 19번, 2등 68번 당첨’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45개 번호 중에서 6개 번호를 뽑아야 하는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로또 관련 앱만 250개...꿈 해몽앱도 있어

출처: 구글 플레이스토어
로또 해몽앱 '백학도사의 로또 꿈해몽 백과'
출처: 더비비드
한 복권판매점에 시민들이 복권을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또 열풍에 각종 통계 지식과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당장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정한 복권 수탁사업자 ‘동행복권’ 홈페이지에만 가도 당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다. 기간별로 당첨번호 출현횟수, 빈도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역대 당첨 번호를 분석하는 유튜브 로또 강좌도 인기다. 당첨 번호 6개 중 홀수·짝수 비율부터 소수(素數) 개수, 숫자의 합계까지 표와 그래프를 동원해가며 분석한다. 한 로또 강좌 유튜버는 “최근 10회 차 동안 다섯 번이나 홀수와 짝수가 3대3으로 나왔기 때문에 반반에 걸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로또 관련 애플리케이션 산업도 성업 중이다. 한 앱은 AI(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역대 당첨 번호 데이터를 분석해준다. AI로 역대 당첨 번호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산출된 번호를 수치화된 AI 점수로 표시하는 식이다. 분석은 '역대 당첨 번호 중 적게 나왔던 번호가 이번에는 뽑힐 확률이 높다'는 전제로 진행된다.


꿈에서 나온 단어를 입력하면 이에 맞게 번호를 추출하는 로또 해몽 앱도 있다. 꿈에서 나온 것들을 최대한 많이 입력하면 해당 단어와 연관 있는 숫자를 데이터에 근거해 산출한다. 이 외에 가상으로 만들어진 로또 당첨 화면을 제공하는 ‘로또 1등 체험 앱’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데이터 분석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현실에서는 각 번호가 같은 빈도로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없기 때문에 AI를 동원해도 과거 패턴 분석은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가능한 한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하기 위해 로또를 많이 사는 수밖에 없다.


◇로또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

출처: 동행복권
지난 1월 동행복권이 추첨한 947회 로또의 1등 당첨액은 12억7586만원으로 세금 33%를 제외하면 실수령 금액이 8억원대로 뚝 떨어진다. 이에 누리꾼들은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서울 아파트 구매는커녕 전세나 겨우 구할 수 있다고 자조했다.


복권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더 잘 팔리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최악의 고용난을 겪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코로나발 불황에 무력감을 느낀 국민들이 일말의 희망을 찾아 복권을 구매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로또와 주식으로 몰리는 것을 보며 사회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한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근로소득만으로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을 수 없는 시대의 슬픈 단면이라는 시각이다. 결혼을 준비 중인 한 20대 후반 직장인은 “남들은 주식이다, 부동산이다 난리인데, (나는) 재테크 공부할 시간도 돈도 없다”며 “로또가 그나마 최고의 재테크”라고 했다.


/진은혜 에디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