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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뒀던 삼국지, 단숨에 읽게 되는 기막힌 방법

조회수 2021. 4. 12. 21: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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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창업 실패 후 여러 회사 다니며 성공법 배워

친구들과 하던 독서모임 계기로 앱 개발해

출시 1년 3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 12만건 돌파


“생활 속에 책이 없다는 것은 햇빛이 없는 것과 같으며, 지혜 속에 책이 없다는 것은 새에 날개가 없는 것과 같다.”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등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독서의 가치는 여전하다. ‘책 100권 읽기’ 같은 독서 목표를 세우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아씨(Assi)의 윤영훈(36) 대표는 독서를 통해 자기개발을 하려는 이들을 위해 독서 모임 플랫폼 ‘리더스’를 개발했다.

출처: 윤영훈 대표
윤영훈 아씨 대표. 아씨라는 회사명은 어시스턴트(Assistant)라는 영어 단어 네 글자를 따 만들었다. '사람들을 돕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뜻이다.


리더스에 모인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다. 기억에 남는 구절을 사진으로 찍어 리더스에 올리고 공유할 수도 있다. 서비스 시작 1년 3개월 만에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12만건을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리더스가 ‘유료’라는 데 있다. 돈을 내지 않는 독서·스터디 모임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굳이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리더스에 모이는 이유는 뭘까? 아산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센터 마루180에서 윤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 다니며 창업을 위한 기초 다져

출처: 윤영훈 대표
독서 애플리케이션 '리더스'.


윤영훈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2012년 서울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석사 졸업 후 컨설팅 회사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일하다 창업에 눈을 떴다. 그의 첫 사업 아이템은 ‘인공지능 퍼스널 트레이너(PT)’였다. “몸에 센서를 달아 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떠올렸어요. 이름은 아씨 트레이너(ASSI Trainer)였죠.”


서비스 개발을 위해 1년을 투자했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사업화엔 실패했다. 이후 여러 회사를 다니며 경영 공부를 다시 했다. “첫 창업에 실패하면서 창업가로서 갖춰야 할 점이 뭘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여러 번 회사를 옮겨 가며 어떻게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상품화하는지 등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2018년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대학원 동기와 함께 2018년 목표달성 플랫폼 ‘챌린저스’ 앱을 개발했다. 돈을 걸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이다. 출시 3개월 만에 다운로드 10만회를 돌파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앱으로 자리잡았다.


◇친구들과 하던 독서모임이 창업으로

출처: 윤영훈 대표
윤 대표의 첫 창업 아이템이었던 '아씨 트레커'의 기기와 애플레케이션 모습.
출처: 윤영훈 대표
윤영훈 대표가 독서모임을 계기로 혼자 만든 리더스 초기 웹페이지.


‘챌린저스’ 앱 성공 후 단독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스스로 좋아하고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을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렸다. “직장 다니던 시절 지하철로 출퇴근을 했는데, 왕복 2시간이 걸렸어요. 그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자 책을 읽기 시작했죠. 당시 일주일에 2~3권, 많으면 5권씩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책을 한 데 모아 정리해주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친구들과의 독서모임에서 힌트를 얻었다.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은 함께 읽으면 좋아요. 독서모임의 가치죠. 특정 주제에 관한 책을 정하고 보증금을 거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마다 보증금을 내고, 읽고 나서 에세이를 써 공유한 후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방식이었습니다.”

출처: 윤영훈 대표
책을 읽고 있는 윤 대표.
출처: 윤영훈 대표
챌린저스(화이트 큐브) 최혁준 대표와 2013년 스터디모임에서 만나 찍은 사진.


모임 인원이 많아지면서 관리에 한계가 왔다. “당시 코딩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독서모임 웹사이트를 만들면 관리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2019년 말 사업화를 결심하고 ‘리더스’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 않았다. “리더스 개발하려고 일주일에 100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했어요. 관련 참고서를 20권 정도 사서 책에 있는 예제들을 다 따라 했죠.”


◇’완독’과 ‘기록’을 도와주는 앱

출처: 윤영훈 대표
리더스 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책 사진을 테스트 해보는 모습.


2020년 1월 ‘리더스’가 세상에 나왔다. 리더스 앱에서 독서모임 ‘북클럽’을 열 수 있다. 북클럽 조장이 책을 정할 수도 있고, 리더스가 추천한 책을 함께 읽을 수도 있다. 인문, 투자, 경영, 과학 등 북클럽 주제는 다양하다.


모임 하나 당 최대 12명이 참여할 수 있다.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가비와 보증금을 내야 한다. 참가비와 보증금은 북클럽별로 다르다. 책을 읽은 후 에세이를 작성해 인증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북클럽에 참여한 사람들의 완독률은 90%에 달한다. 10명 중 9명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얘기다. "완독을 독려하기 위해 책을 읽으라는 알림을 보내드립니다. 일요일에는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죠. 책을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장치들이 독서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출처: 아씨
독서 애플리케이션 '리더스'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북클럽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독서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이때 리더스는 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페이스메이커’가 된다. “스스로 읽을 책을 정한 다음 그 책을 몇월 몇일 몇시까지 모두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도록 합니다. 이후 보증금을 걸게 하거나 지속적으로 알림을 보내 완독을 독려합니다.”


인상 깊은 문장을 발견했을 때 노트와 펜을 찾지 않아도 된다. 앱에서 바로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 리더스에 공유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독서후기를 올리는 ‘북스타그램’과 유사하다. 다른 사람이 올린 독서 기록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길 수도 있다. “독서에선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을 붙잡아 두는 것이 중요한데, 리더스는 그 내용을 바로 기록할 수 있게 만듭니다.”


◇가입자 10만명, 독서 데이터 100만개

출처: 윤영훈 대표
윤영훈 대표의 서재.


10만명 넘는 전체 회원의 70%가 20~30대다. 리더스에는 하루 3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온다. 지금까지 누적된 게시물은 100만개에 이른다. 이용자들이 남긴 빅데이터는 리더스의 책 추천 AI가 학습한다. “습관 형성을 돕는 앱은 많지만, 독서에 특화된 정보나 볼거리가 있는 건 리더스 뿐입니다. 누가 어떤 책을 읽는지, 어떤 글귀에 감동했는지 보는 게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돼요.”


2020년 12월 모 대기업으로부터 사내 직원용 리더스 앱 제작을 의뢰 받았다. 기업용 리더스 앱을 제작해 지난 3월 납품했다. “기업뿐 아니라 학교, 도서관 등으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고 있어요.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독서 플랫폼을 적극 확장할 계획입니다.”

출처: 윤영훈 대표
리더스 창업 직후 리더스의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는 윤영훈 대표.


독서를 넘어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주는 앱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책을 읽는 도중 책에 대한 독자들의 피드백이 생겨요. 하지만 저자는 독자의 피드백을 받을 방법이 마땅히 없는데요. 리더스가 이러한 피드백 데이터를 모아 콘텐츠 제작자에게 전달해 더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쉽지 않은 창업 과정 속에서 윤 대표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독서에 대한 열정’이었다. “창업에 도전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합니다. 고난을 버틸 수 있는 힘은 진짜 하고 싶은 걸 할 때 나옵니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돼요. 작은 것이라도 꼭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장유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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