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빨리 팔려서 당황했다", 보드게임 역사 새로 쓴 '테라포밍 마스'

조회수 2018. 8. 20. 1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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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회물량 2천 장 일주일 만에 품절, 오프라인 대회엔 1,200명 참여

보드게임 만드는 것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부자가 되거나 먹고 살기 위한 목적으로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드게임 만드는 것이 좋아서 만들어야 합니다.

‘테라포밍 마스’ 개발자 야콥 프리첼리우스 



스웨덴의 화학교사이자 보드게임 디자이너 야콥 프리첼리우스가 만든 <테라포밍 마스>가 한국에서 심상찮은 인기를 끌고 있다. <테라포밍 마스>는 이름 그대로 자원이 고갈된 지구 대신 인류가 살아갈 수 있도록 화성을 개척한다는 내용의 게임으로, 출시 직후 비평가와 유저들의 호평을 받으며 유수의 어워드에서 수상했다.  


<테라포밍 마스>는 10명으로 구성된 가족 회사 ‘프릭스게임즈’에서 탄생했다. 임직원 전체의 성이 프리첼리우스로 동일한 것은 다소 독특한 풍경이다. 이들은 청량음료와 과자를 옆에 두고 카드게임을 즐기길 좋아하는 오래된 게이머들로 <테라포밍 마스>는 야콥이 디자인을, 그의 형 아이작이 그래픽 작업을 맡아 했다.

화학 박사 학위를 보유한 야콥은 게임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과학적 사실을 충실하게 담았다. 미생물 번식은 기온이 일정 이상으로 올라야 가능하다든지, 동물 번식은 미생물보다 좀 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는 설정 등이다.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세계관은 유저들을 게임에 좀 더 깊이 몰입하게 하는 요건 중 하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게임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일명 ‘게이머즈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에게 추천한다는 의미로, 게임의 룰과 난이도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있음을 의미한다. <할리갈리>, <루미큐브>같이 널리 알려진 파티게임과 교육용 보드게임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며 많은 수량이 판매되지만, 게이머즈 게임은 보드게임을 본격적으로 즐기는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 일주일 만에 품절된 초회 물량, ‘예상치 못한 흥행’


<테라포밍 마스>의 한국 판권을 보유한 코리아보드게임즈가 게임의 인기가 심상찮음을 감지한 것은 정식 출시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2017년, 6개월에서 1년간 판매할 것을 예상하고 들여온 <테라포밍 마스> 한글판 초회 물량 2,000장은 예약판매로만 1,700장이 팔려 나갔다. 나머지 300장은 오프라인 행사용으로 따로 빼 둔 물량이니 출시 일주일 만에 전량 매진됐다고 볼 수 있다.  


김민성 코리아보드게임즈 마케팅팀 대리는 “<테라포밍 마스>는 한국 게이머즈 보드게임 역사에 획을 그은 게임이다”라고 평가했다. 널리 알려진 명작 보드게임 <카탄>의 경우 한국 발매 후 3년이 지나서야 판매량에 불이 붙었고, 다른 유명한 게이머즈 보드게임의 경우도 직접 해 본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야 차츰 판매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너무 빨리 팔려서 당황스러웠다. 우린 빨리 팔려서 물론 좋았지만, 유저들은 그게 아니지 않나. 빠르게 재주문해서 2018년에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코리아보드게임즈에 따르면 <테라포밍 마스>는 2017년 발매 이후 지금까지 약 6,000장 판매됐다. 보통 4~5만 원 정도 가격의 게이머즈 게임은 3,000장을 기점으로 흥행 여부를 판단한다. 3,000장 팔리면 많이 팔렸다는 것이다. <테라포밍 마스>의 2018년 현재까지 판매량은 2017년 가장 많이 판매된 게이머즈 게임 <아그리콜라 2017>의 1.5배에 달한다.  


한편 2017년 코리아보드게임즈가 판매한 보드게임 중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은 <루미큐브 클래식>으로 판매량은 <아그리콜라 2017>의 약 15배다. 



# 예선전 1,200명 참가, 라이트 유저 비중 높은 ‘테라포밍 마스 게이머즈 데이’ 


김민성 대리는 “분류상으로는 분명 게이머즈 게임인데도 라이트 유저들의 비중이 높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오는 9월 열리는 오프라인 행사 ‘<테라포밍 마스> 게이머즈 데이’가 다른 보드게임 대회와 달리 다채롭게 구성된 이유다.  


기존 대회 <스플렌더> 그랑프리, <카탄> 그랑프리, <아그리콜라> 챔피언쉽은 경기 위주로 구성된 행사였다. 반면 <테라포밍 마스> 게이머즈 데이는 일단 이름부터 ‘그랑프리’나 ‘챔피언쉽’이 아닌 ‘게이머즈 데이’다. 각종 이벤트 매치와 상품 부스가 마련돼 유저들에게 경기 외 볼거리를 제공한다.

행사에서는 팬메이드 굿즈와 커스텀 컴포넌트 등이 판매된다. <테라포밍 마스>를 열정적으로 즐기는 유저들이 전용 오거나이저나 메탈 컴포넌트를 주문 제작해 사용하자 유통사 측이 아예 공식적으로 판을 깔아버린 것이다. 게이머즈 데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거나이저 제작사 ‘올보드 컴퍼니’는 지난 14일, 재고 소진으로 더 이상의 주문이 불가능함을 알리기도 했다. 

코리아보드게임즈는 현재 대학생 보드게임 대회, <스플렌더>, <카탄>, <아그리콜라> 그랑프리 등 여러 게임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흥행하는 대회는 <스플렌더> 그랑프리로, 2018년 대회에 총 3,000명이 참가했다. 김 대리는 “보통 참가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는데 <스플렌더> 대회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게임 경기에 참여하신 분들은 다른 게임 경기에도 참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라고 덧붙였다. 한 게임의 대회 참여이 다른 대회 참여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번 <테라포밍 마스> 챔피언쉽 예선에는 약 1,200명이 참가했다. 이중 80명이 본선에 진출해 게이머즈 데이 당일 우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아그리콜라> 챔피언쉽에는 600명이 참여했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게이머즈 게임 치고는 많이 참여한 편이라고 김민성 대리는 말했다. 출시 후 1년 남짓 된 <테라포밍 마스>의 인기를 실감할 수 부분이다. 


김 대리는 이러한 행사 개최에 대해 “PC나 모바일게임이 유저들을 위해 이벤트를 열듯 우리도 게임을 사랑해 주는 팬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특성상 오프라인 이벤트가 반드시 요구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 “보드게임 시장 쇠퇴한 적 없어, 2000년 이후 꾸준히 성장 중” 


일견 보드게임 시장은 쇠락했다가 다시 번성하는 것처럼 보인다. 2000년 전후 우후죽순 생겨났다가 차츰 자취를 감춘 보드게임방이 최근 다시 번화가에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리는 “보드게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드게임 시장이 얼핏 침체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2000년 전후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며 일으킨 착시”라는 것이다. 김 대리는 “시장 규모는 물론, 코리아보드게임즈만 해도 연평균 15%씩 꾸준히 성장해왔다”라고 덧붙였다. 

코리아보드게임즈는 설립 14년이 지난 지금, 70명 규모의 개발/유통사로 성장했다. 동아시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로, 판매하는 타이틀은 250여 개다. 2010년에는 파주에 물류센터를 낀 사옥을 설립했으며, 서울에도 직원들이 상주하는 사무실이 있다. 전국의 도소매점은 물론, 3대 대형 마트와도 정식 판매 계약을 맺었다.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도 꾀하고 있다.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교육계의 니즈에도 화답하고 있다. 최근 방학을 맞은 교사들을 위해 연수 장소와 게임을 제공하고 있으며, 인천시의 요청으로 보드게임 지도사 자격증 개설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다. <모두의마블> 보드게임 흥행을 계기로 PC, 모바일게임과 협업 가능성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다. 

김 대리는 “시장의 성장으로 보드게임 개발사 자체도 많아졌지만 유저분들도 다양한 게임을 즐기시게 된 것 같다.”라며 “입문용 게이머즈 게임 <스플렌더>의 흥행에 이어 본격적인 게이머즈 게임 <테라포밍 마스>의 흥행이 보드게임 저변 확대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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