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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좀 빌려줘요" 패키지 여행 중 마주한 황당한 동행

조회수 2020. 7. 1. 18: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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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의 솔직한 리뷰

여행을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다 만난다. 각기 다른 배경을 갖는 이들을 접할 기회라면 기회다. 누군가는 삶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인생의 선물 같은 좋은 인연으로 남기도 한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다. 오늘 이야기할 그는 ‘세상에, 어쩜 그럴 수 있지?’라는 의문과 함께 떠오르는 인물이다.

우리는 모두 패키지 여행객이었다. 한 비행기를 타고, 같은 숙소에 머무르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던 생판 남. 동일한 여행 상품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일주일의 시간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나이도 제각각, 성별도, 직업도 다 달랐다. 출국 비행기를 기다리는 게이트 앞에 서서 첫인사를 나눌 때의 어색함이란…. 어쩌다 이렇게 한 팀이 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장거리 비행을 마치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보니 늦은 저녁이었다. 이륙 후 제대로 된 식사 한번 못한 탓에 다 같이 호텔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화기애애한 첫 식사 덕에 통성명도 하고 서로에 대한 경계도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그 틈을 노린 것일까? 그는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칫솔을 사야 한다며 5유로만 빌려달라고 했다. 초면에 어찌나 붙임성 있게 다가가던지 꽤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하지만 이게 뭐라고? 이 사건 하나로 그를 이토록 오래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5유로만’ 빌려달라는 그의 ‘작은 부탁’은 거의 매일 시시때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잠시 들리는 휴게소에서, 슈퍼마켓에서, 커피숍에서 그는 늘 ‘5유로’가 없었고, 다급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았다. 심지어 가이드에게 ‘커피 좀 사주세요’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당당하게 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자 조금 궁금해졌다. ‘여러 사람에게 매일매일 빌리고 있는 돈은 제대로 갚고 있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여정이 끝나갈 무렵,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5유로, 빌려준 사람이 돌려달라고 말하기도 참 애매한 액수다. 행복하자고 길을 떠나온 사람들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하지만 잔잔하게 짜증을 유발하는 그의 민폐는 어느 순간 도를 넘었고, 결국 패키지팀의 수많은 이야깃거리 중에서도 가장 황당하고도 우스운 이야기로 남게 됐다.

이름 석 자가 아닌 ‘5유로만’으로 기억될 그에게 여전히 묻고 싶다. “세상에, 어쩜 그럴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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