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맛' 중 이거 몰랐다면 맛.못.알! 장군이 먹었던 OOO

조회수 2020. 8. 26. 10: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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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유자주, 설성사또, 참뽕와인
출처: 언스플래쉬

맛​을 이야기할 때는 전라도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맛깔나는 음식점은 알고보니 다 이 지역에 모여있더라, 하는 말도 우스갯소리처럼 말할 정도니. 산 좋고 물 좋은 전라도니 당연하다. 상큼한 유자가 가득한 '고흥' 부터 까맣게 익어가는 오디가 탐스러운 '부안', 소박한 바닷가 마을이 낭만적인 '강진' 등, 맛따라 기행을 떠나고 싶건만 코로나19가 야속하다.

그래서 집에서라도 전라도 여행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7월 전통주, 지역주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다. ‘술담화’ 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서 전통주를 판매하니 이제 집에서도 간편히 클릭 몇 번이면 띵동. 술이 담긴 택배가 문 앞으로 온다.


출처: 양현준 여행+ 인턴PD

전통주 하면 할아버지들이 먹는 술 아냐? 하고 거부감을 느꼈던 당신, 과일맛 술은 뻔하고 유치하지! 생각할 여러분을 위해 총 3종류의 술을 준비했다. 고흥 유자로 빚은 살균 약주 '고흥 유자주', 부안 참뽕의 색다른 변화 '참뽕 와인', 강진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던 병마절도사의 술 '설성 사또' 까지.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으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전통주, 자세한 맛 묘사부터 추천까지 모두 모아봤으니 당장 스크롤을 내려보자


고흥 유자주 / 살균약주

출처: 양현준 여행+ 인턴PD

어떤하루 By 녹동 양조장의 고흥 유자주는 더 특별하다. 고흥의 유자나무 중에서도 30년이 된 고목에서 자란 유자만을 선별해서 사용한다. 고목은 과일 생산량은 떨어지지만, 대신 더 농축된 당도와 풍미를 지닌 과실을 생산한다. 또한 해창만과 고흥만을 끼고 해풍을 맞고 자란 고흥쌀을 사용해 술을 빚는다.

고흥 유자주는 언뜻 보면 유자차라고도 믿을 만큼 고운 노란빛을 자랑한다. 잔에 따라두니 더 투명하고 예쁜 색으로 빛난다. 뭔가에 홀린듯, 잔에 코를 대고 킁킁 맡아보니 익숙한 유자의 향이 훅 올라온다. 어서 한 모금 머금어보니 차가운 유자차 맛이 나는 줄 알았더니 묘한 반전 하나. 입에 담고 음미를 하다 삼킬 때 즈음이 되니 쌀의 고소하고 담백한 술맛이 난다. 비로소 약주를 마신다는 실감이 든다.

보통 쌀로 만든 발효주와 과일맛을 혼합한 술들은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대학가에서 과일맛 막걸리를 시켰는데 익숙한 웰X스의 맛이 난다던가, 과일이라곤 코만을 스치고 사라진다던가. 고흥 유자주는 새콤달콤한 유자맛 뒤에 곡물의 여운이 스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도를 지킨다.

☆추천 : 가볍게 식후주를 즐기고 싶은 당신, 새콤달콤한 유자와 구수한 막걸리의 조화가 궁금한 당신


참뽕 와인 / 과실주

출처: 양현준 여행+ 인턴PD

전통주, 지역주 라고 하면 어쩐지 올드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막걸리나 동동주 같은 탁주, 할아버지댁 장식장에 빼곡이 담긴 인삼주며 각종 뿌리 약재 담금주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하며 전통주와 지역주도 변화한다. 대표적인 예가 부안의 ‘참뽕 와인’. 익숙한 참뽕으로 와인을 담궈 세련된 맛을 보여준다.

 


참뽕 와인은 기존의 레드와인보다 타닌이 적어 부담이 없다. 한입 머금으면 포도주스보다는 좀 더 새롭고 향기로운 오디의 진한 단맛이 우선이다. 그러나 마냥 음료수 맛의 술은 아니라, 입 안을 꽤 묵직하게 채워주는 바디감이 새롭다.



알갱이마다 반짝이며 검붉게 익은 오디를 따다보면 손 끝이 점점 오딧빛으로 물든다. 참뽕 와인도 처음 한입을 마실 때보다 한모금, 한 모금을 더 넘겨가다보면 오디의 향이 코로 가득 달큰히 넘어온다. 싱그러운 오디의 향을 달콤하고도 세련되게 즐기는 방법으로 제격이다.

☆추천 : 와인의 타닌맛이 부담스러운 당신, 전통주/지역주는 모두 올드한줄만 알았던 당신



병영 설성 사또 / 증류주

“40도?” 어마어마한 도수에 한 번 놀랐다. 이전 29도 제주 전통주, 고소리술을 먹었을 때 타는듯한 작열감에 혼 난 기억이 있기에 따라놓고도 쉽사리 머금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잔에 가득 담긴 호박빛 액체는 아름다웠지만 내 입에 들어가서도 그럴지는 의문이기도 했고.

 


설성 사또는 증류식 소주에 오디와 복분자 액기스를 넣은 증류주이다. 소주라고 해서 익숙한 초록병을 생각하면 위험하다. 일반적인 공산품 소주가 타피오카, 고구마 등을 이용해 만든 ‘희석식’ 술이라면 증류식 소주는 쌀 또는 보리를 이용해 주조하며, 훨씬 농축된 도수와 맛을 자랑하기 때문. 오디와 복분자 액기스를 넣었다 해서 상큼하거나 과실주같은 맛을 어림짐작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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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머금자 타는듯한 알코올의 향이 입과 코를 가득 채웠다. 마치 뜨거운 음식을 먹은 듯 입을 열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꿀꺽. 호박빛 액체를 삼켜내자 살짝의 고소한 듯한 탄내, 묵직한 쌀의 향이 알코올과 함께 스쳤다.

화려한 맛의 이유를 찾아보니 역시나 복분자와 오디였다. 과실맛이 직접적으로 나지는 않지만, 높은 도수의 쌀 소주와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낸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말이 있다. 한 입을 삼키니 두 입은 어렵지 않았다.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어렵다면 언더락으로 마시는 것도 방법. 입안 남는 여운이 깔끔하다. 독한 술을 머금으며 익숙해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강진을 호령하는 장군이 된 듯한 분위기에 빠졌다.

 

☆추천 : 풍부한 바디감을 즐겨보고 싶은 당신, 높은 도수를 감당할 수 있는 당신.


김지현 여행+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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