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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공포증 고백기, 개구리 마주하는 연습

조회수 2020. 5. 27. 18: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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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개'로 시작하는 가장 무서운 단어는 '개구리'입니다.
출처: JACK HAMILTON ON UNSPLASH.

개구리 공포증

16살 때 친구가 초콜릿 하나를 줬습니다. 개구리 캐릭터 모양의 캐드베리 프레도였습니다. 전 개구리를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냥 과자니까 먹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쿵쿵 심장 뛰는 소리가 고막까지 들렸습니다. 과자를 입까지 가져가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개구리를 볼 때 느끼는 불쾌감이 공포증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구리 공포증을 조금씩 받아들였습니다.

어느 날 저녁 귀갓길. 보도 한가운데에 쭈그려 앉아 있는 개구리를 발견했습니다. 근육질의 짧은 다리로 앉아 있었습니다. 양 볼을 부풀었다가 줄였다가 하면서 모양새가 꼭 덮치려고 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개구리가 있는 인도로 더는 걸어갈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차도로 걸었습니다. 모든 게 개구리 공포증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비이성적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공포증의 사전적 정의처럼 행동했으니까. "대수롭지 않은 일을 크게 생각해 두려워하고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병적인 증상."

처음부터 개구리를 무서워한 건 아니었습니다. 개구리 공포증이 생긴 건 13~16살쯤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발리로 가족 여행 갔던 때 같습니다. 그때 오토바이에 깔려 죽은 개구리를 우연히 봤습니다. 당시 기억은 무척 강렬했습니다.

이때가 아니라면 친구가 '개구리 사시미'라는 영상을 보여줬을 때 같습니다. 영상 속 개구리의 배는 얇게 썰려 있었고 다리는 잘려져 있었습니다. 아직도 몸속 장기가 빠져나갈 때 개구리가 무력하게 눈을 깜빡이던 모습이 선명합니다.

또 한 번은 아버지가 닭 다리라고 속여 개구리 다리를 먹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구리와 관련된 경험은 모두 충격이었습니다.

다행인 건 개구리를 마주칠 일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나고 자란 싱가포르에는 개구리가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두려움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정말 여행 장소를 고를 때 개구리가 나타날 확률이 적은 곳으로 고르나.'

스스로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니 정말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으로서 개구리 공포증과 대면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개구리와 관련한 기억을 모두 끄집어내야 했습니다. 공포증이 어떻게 생긴 건지 기억의 조각을 하나하나 꺼내서 짜 맞춰봐야 했습니다. 개구리 공포증을 지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개구리 공포증을 진심으로 극복하고 싶으냐고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개구리를 볼 때마다 심장이 뜁니다.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하지만 공포증을 이겨낸다는 건 개구리를 대면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떠올리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개구리를 마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며칠 전 친구가 악세서리점에서 작은 개구리 조각상을 만져보라고 했습니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개구리 캐릭터는 진짜 개구리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에게 해본다고 했다가 결국 만지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15분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친구가 집게손가락에 조각상을 가져다줘서 고개를 돌리고 잠깐 만졌습니다.

잠깐이었지만 노출 치료의 중요한 첫걸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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