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시작되는 진짜 무역전쟁,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조회수 2020. 9. 23.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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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화웨이, 틱톡 등에 대한 제재에 맞서 ‘보복’을 준비 중인 중국 당국이 타킷이 될 미국 기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퀄컴, 시스코 등 미국의 주요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보복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통신장비 업체 시스코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은 정치적 파장 등을 고려해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보복 대상 기업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출처: JTBC 쌤과 함께

미·중 간 격돌이 트럼프가 벌이는 전쟁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미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되건 미·중갈등이 끝날 일은 없을 듯하다. 최병일 교수는 백악관 주인이 바뀌어도 중국과의 관계는 변하지 않으리라 예측했다.


미국이 중국과 사이가 좋았을 때는 최고 책임자에게 '프레지던트'라는 호칭을 썼다. 그런데 최근 미국 폼페이오 장관은 시진핑을 '당의 1인자'라는 의미의 제너럴 세크리터리로 불렀다. 이 이야기는 시진핑을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라고 공식적으로 부르겠다는 말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모욕적인 일이다.

출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최선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중국 류허 부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를 한 것이다. 문제는 시진핑이 아니었다. 만남 당시 중국에서는 원인 모를 우한 폐렴 환자가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만남 당시에도 말이 없다가, 합의 후 5일 뒤 중국은 사람 간 전염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아직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거래를 할 수 있는 신뢰마저 빼앗아간 것이다. 최병일 교수는 "최선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었던 계기를 중국 스스로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합의'가 최선이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답은 '경제 번영 네트워크' 본격화다. 4년 내내 트럼프는 일방적으로 중국을 때렸다. 하지만 그래선 중국을 굴복시킬 수 없어서 포위하겠다고 한 것이 '경제 번영 네트워크'다"고 말했다. '경제 번영 네트워크'란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주도로 구성할 사실상의 경제 동맹을 뜻하는 말로 한국 역시 미국에게 제안을 받은 상황이다.

출처: JTBC 쌤과 함께

한국은 지금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병일 교수는 "원하건 원치 않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한국을 선택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선택지를 놓는 순간 딜레마에 빠진다. 중립국은 비현실적인 몽상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매력적인 돌고래다. K팝,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가 없으면 전 세계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 예전과 우리는 다른 나라가 됐고,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新냉전 시대 한국은 어떤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

국내 최고의 미·중 관계 전문가, 최병일 교수에게 의견을 물었다.

출처: JTBC 쌤과 함께
최병일 교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국제협상·국제통상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학자.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한미 통신 협상 및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 협상의 주역이고 WTO 기본 통신 협상에서 한국 대표로 활동했다.

2020년은 미국 대선의 해다. 11월 3일 트럼프의 재선이냐 아니면 민주당의 정권 탈환이냐가 판가름 난다. 자신의 최대치적을 사상 최대의 고용률, 기록적인 주가 상승, 중국 길들이기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로나 19는 악몽이다. 주가는 3월 들어 무려 30% 급하락했고, 실업자는 3주 사이에 2,000만을 넘었다. 대공황의 유령이 어른거린다. 세계적인 수요부족으로 유가는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을 치고 있고, 때문에 미국 셰일가스 회사들은 파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는 마음이 급하다. 빠른 시일 내에 경제를 정상화하려고 하지만, 미래는 불확실 그 자체다. 상황이 불리해질수록 중국과의 대립은 더 격화될 듯하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이든 역시 트럼프 못지않게 강경한 중국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출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미·중의 대충돌은 한국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미국은 무엇인가. 중국은 무엇인가. 그리고 세계 통상질서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고. 미·중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간 미국이 주도하고 세계가 힘을 합쳐 발전시켜온 자유무역체제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한국이 통상대국으로 질주할 수 있었던 기반이 트럼프의 배신과 시진핑의 위선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보호주의와 경제민족주의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미·중 전쟁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위기는 위협과 기회라는 두 얼굴로 다가온다. 이번 위기가 한국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생존과 번영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전략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선택에 관한 여러 질문을 받았다. “여전히 최강인 미국을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서부터, “섣불리 어느 한쪽에 줄 서지 말고 사태를 관망하다가 승패가 분명해질 때, 그때 선택하면 되지 않겠느냐?”, “미국은 지는 해, 중국은 떠오르는 해. 명청 교체기 조선의 잘못된 선택을 반복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질문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신의 희망 사항을 확인하고픈 그 간절함이 묻어났다. “미국도 믿을 수 없고 중국도 믿을 수 없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과 잘 지내야 한다는 거죠?”라고 결론을 유도하던 중진 국회의원도 있었다.

출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미국은 안보, 중국은 경제이니 섣불리 한 쪽을 택해선 안 된다는 말은 멋지긴 해도 불가능하다. 균형자론은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이 있을 때야 가능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논란 때 봤듯, 차이나 리스크를 줄여야 하고, 동시에 트럼프 리스크도 줄여야 한다. 어느 한 쪽에 집중한 공급망은 안 된다. 중국의 공장을 빼 오는 게 아니라, 한국에도 공장을 지으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관한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자본·노동이 함께 회복탄력성을 갖춰야 하는 정책적 수요도 생긴다. 중국과 운명공동체라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정부는 지금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인데, 큰 우산은 씌워줘야 한다.


미·중 전쟁은 한국의 생존과 번영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생존 없이 번영을 도모할 수 없고, 번영 없이 생존한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미·중 전쟁의 핵심은 지금까지 분리해 왔던, 분리해도 괜찮다고 여겼던, 생존과 번영의 문제가 서로 얽혀있다는 것이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신의 이념과 지켜야 하는 것들에 집착하여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는 없다.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보고 미래를 가늠한다는 것은, 오늘 같은 화창한 봄날이 내일도 계속된다는 착각을 만든다. 세상일은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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