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게뭐라고

이혼 후 우울해서 죽을 것만 같은가요? 우울하다고 하면 보통 전문가들이 어떻게 조언해주나요? 아마도 다음의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줄 것입니다. 첫째, 규칙적인 생활을 해라. 둘째, 잠이 안 오면 억지로 누워 있지 말고 책을 읽는 등 잔잔한 활동을 해라. 셋째, 운동을 해라. 우리가 상식으로 다 알고 있는 말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우울증이 극복될까요? 

우울증을 겪게 되면,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내면을 지배하게 됩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후회는 분노와 원망으로, 걱정은 공포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우울증의 원인부터 짚고 넘어갑시다. 당신이 우울증에 빠진 것은 비단 이혼 때문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에 스스로가 없었기 때문인 것이지요. 따라서 지금 겪는 우울증은 이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찾아왔을 것입니다. 

우울증은 하나의 긴 터널과도 같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곳에 서 있습니다. 그 자체를 부인하면 안 됩니다. ‘아, 내가 터널에 빠졌구나’라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꾸밈없는 가장 솔직한 나의 모습을 보려고 노력하십시오. 자꾸만 과거의 특정 시점으로 돌아가려 한다면 애써 피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십시오. 

어떤 대상 혹은 상황에 대한 원망, 후회,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십시오. 원망을 하다 하다 보면 결국엔 나 자신을 원망하게 되는데, 더 이상 쏟아낼 원망이 없을 때까지 원망하십시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여러분은 드디어 ‘나’라는 사람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때가 오면 ‘나’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과연 지금의 실패가 과거의 ‘그’ 선택 때문이었나요?

이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기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과거 특정 시점에 대한 반복적인 후회에 빠져 있다면 아마도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어떤 중요한 사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자신의 욕망을 접어두고 착한 척, 이타적인 척하지 마십시오. 나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영원히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약의 도움을 받아 우울증이 완화될 수는 있지만, 나에게 충실한 삶을 살지 못한다면 또다시 터널에 갇힐 수 있습니다. 

아울러 터널에 갇힌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십시오. 터널에 갇혔다는 것은 인생에 새로운 기회가 왔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답게 살 수 있는 기회입니다. 여러분이 받는 고통의 시간을 자신을 발견하는 유용하고 값진 시간으로 만들기를 바랍니다.

우울증이란 긴 터널에 빠지셨나요? 끔찍한 우울감에서 영원히 못 벗어날까봐 두려우신가요? 여러분, 제 아무리 긴 터널이라 해도 입구가 있으면 출구도 있듯이 모든 터널에는 끝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갇힌 그 터널 역시 끝이 있습니다. 

그 터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빛이 보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속도가 느려도 괜찮습니다. 주저앉아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터널은 미로가 아닙니다. 앞으로 나아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출구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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