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에 김씨가 많은 이유

조회수 2021. 4. 12.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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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크레딧(Netcredit)

글로벌 금융 서비스 회사 넷크레딧(Netcredit)이 지난 2019년 발표한 세계지도는 조금 특별하다.

인구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가별로 흔한 성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정리했다.

영미권에서 가장 흔한 성씨는 ‘Smith’다.


서구권의 경우 조상들의 직업과 연관된 성씨가 많은데, Smith는 대장장이를 의미한다.

룩셈부르크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슈미트(Schmit)’는 중세중기 독일어로 대장장이를 의미하는 ‘Smit’에서 유래했고.

독일스위스에서 흔한 성씨인 ‘뮐러(Müller)’는

 방앗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김씨다. 

지난 2015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은 전체 인구의 21.5%에 달한다. 

1000만명이 넘는 사람의 성이 김씨란 얘기다.

서구권과 다르게 우리나라의 성씨는 ‘혈통그 자체를 의미한다.


재밌는 점은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도 김씨 성이 많다는 거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나라들인데. 김씨들은 어쩌다 중앙아시아까지 가게 된 걸까.


유튜브 댓글로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는 왜 김씨 성이 많은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이 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김씨다.

김씨 성을 가진 인구는 41만5천여명이다. 김씨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익숙한 성씨인 이(li)씨(3위·14만 2000여명)와 박(park)씨(5위 13만4천여명)도 적지 않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자흐스탄도 김씨(23만여명)가 가장 흔한 성씨다.

다만 이들 나라에서 김씨가 흔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처럼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다. 사실 한국처럼 한 성씨의 비율이 20%를 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옆 나라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사토’는 전체 인구의 1.54%(메이지야스다 생명보험 조사, 2013)밖에 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smith도 미국 인구 대비로 따지면 1%가 채 안 된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김씨도 전체 인구대비 비율로 따지면 1~2% 수준이다.

그래도 타국에서 흔한 성씨가 김씨라니 그 배경이 궁금해지는데.

이들 나라에서 한국 성씨를 찾아볼 수 있는 건, 고려인(고려사람)들 때문이다.

고려인이란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에 살면서 러시아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국 동포들을 의미한다.

고려인 한국에서 이들을 부르는 명칭이고, 당사자들은 고려사람이란 명칭을 쓴다고 한다. 

조선 말기 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러시아 사람들에게 ‘이 땅이 고려 시대 때에는 우리 땅이었다’라는 것을 말하려고 스스로를 ‘고려사람’이라 칭했다는 설이 있다.

조선인들은 봉건 지주의 가혹한 수탈과 배고픔을 피하고자 중국의 만주로 갔다. 

그중 일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우수리강’을 건너 연해주로 갔다. 특히 함경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소작인들에 대한 지주계급의 착취가 함경도에서 유독 심했기 때문이다. 함경도의 농민들은 늘 궁핍했다.

러시아 문서상으로는 1860년, 연해주 포세트 지역한인 13가구가 최초로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문서상 기록일 뿐이고, 학자들은 그 이전부터 연해주에 이주 한인들이 살았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연해주는 러시아에서도 극동지방으로, 중앙아시아와는 거리가 멀다.

연해주에 살던 조선인들을 강제 이주시킨 건 소련 당국이었다. 

소련 인민위원회 중앙위원회는 일본 간첩이 극동지방까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극동국경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한인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아랄해, 발하쉬 등으로 이주시킨다는 명을 내렸다.

당시 소련은 자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 거주 한인들이 이들 국가의 첩자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우즈베키스탄(16,272가구 76,525명)과 카자흐스탄(20,170가구 95,256명)을 합쳐 총 17만여명의 한인들이 화물열차에 실려 강제 이주 당했다.

지식인들과 군장교 등 지도자가 될 재목 2800여명은 강제이주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극비리에 체포돼 학살당했다.

강제 이주당한 조선인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지 사회에 동화됐다. 소련소수민족문화 말살 정책도 한몫했다. 

하지만 소련이 해체되면서 사라졌던 민족 정체성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한국과 수교를 맺고 문화 교류를 하면서부터다.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과 소외감도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부채질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한 세계적인 한국 기업들과 한류 문화 열풍은 고려사람 3~4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며 민족 정체성을 상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우즈베키스탄 태생으로,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자라고 활동 중인 디자이너 제냐 킴.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뿌리를 주제로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온 옷은 한국의 저고리에서 영감을 얻어,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빈티지 옷감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이 옷을 고려사람 전통 의상이라고 명명했다. 쓰는 말도, 먹는 음식도 다르지만.

이들은 한국이란 뿌리를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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