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말벌은 어떻게 미국까지 갔을까?

조회수 2021. 4. 16. 11: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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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 블레인의 한 사유지.

이곳에 위치한 2.4m 남짓한 나무를 보호 장구로 중무장한 주 정부 소속 연구팀 십수명이 둘러싸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발견된 장수말벌 집을 제거하는 것.

이날 성공적으로 제거된 장수말벌집에서는 

190마리의 유충과 112마리의 일벌, 9마리의 수벌이 발견됐고.

76마리의 여왕벌과 108개의 번데기가 나왔다고 한다. 

장수말벌은 본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주 서식지다. 그래서 영문명도 Asian Giant Hornet이다.

 미국 입장에선 엄연히 외래 침입종인 셈인데. 

유튜브 댓글로 “장수말벌이 어떻게 미국까지 가게 됐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미국에서 장수말벌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19년 12월, 워싱턴주 블레인에서다. 미국에서 역사상 장수말벌이 처음으로 관측된 사례다. 

같은 해 가을,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나나이모에서도 장수말벌의 벌집이 발견돼 당국이 이를 제거한 일이 있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워싱턴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모두 북미 대륙의 서부에 있다. 

외래종인 장수말벌태평양을 건너, 북미 서부 지방에 정착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

실제로 이들 두 지역을 중심으로 장수말벌 목격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워싱턴주 서부지역은 울창한 산림이 많고, 온화 다습한 기후라 장수말벌이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꼽힌다. 

다만 유전자 검사 결과 두 지역에서 발견된 장수말벌 사이의 연관성은 없다고 한다. 

관련 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장수말벌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수말벌은 꿀벌 군락을 ‘초토화’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미국에선 이미 꿀벌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어, 최악의 경우 꿀벌이 북미 대륙에서 절멸할 가능성도 있다.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식물 생식에도 없어선 안 되는 존재여서, 장수말벌의 확산이 식량 문제로 비화할 여지도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중 63%가량이 꿀벌의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수분*: 식물이 생식할 때 정자 역할을 하는 수술의 화분(花粉)이 암술머리에 붙는 것

인명피해도 문제다.

장수말벌의 독침은 여러번 쏘는 것이 가능하다. 양봉 농가에서 사용하는 보호복도 뚫는 데다 독성도 강해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에선 매년 장수말벌로 인한 사망자수십명씩 나온다고 한다. 

미국에선 ‘살인 말벌’이란 이명이 더 널리 알려졌을 정도다.

도대체 아시아 태생의 장수말벌어떻게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갔을까.

학자들은 컨테이너선을 통한 유입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곤충학자인 아키토 카와하라 플로리다대학교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란기에 접어든 여왕장수말벌컨테이너선을 통해 캐나다로 들어와 군집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주 농무부 소속 곤충학자 크리스 루니도 장수말벌이 서식하는 나라들의 선적 컨테이너에 이들이 우연히 갇혀 북미 대륙으로 오게 됐을 거라 설명했다. 

본래 무역선 외래 침입종의 주된 유입 루트로 꼽힌다. 현실적으로 해외로부터 반입된 컨테이너 전부를 검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당국은장수말벌이 활동기에 접어드는 올해 여름과 가을을 대비, 대대적인 덫 설치 작업에 나서고 있다. 

막걸리를 섞은 오렌지 주스, 발효 우유의 일종인 카피르 등으로 둥지 틀 곳을 찾는 여왕 장수말벌들을 유인할 계획이다. 

시큼한 냄새를 좋아하는 장수말벌의 특성을 이용한 것인데. 여왕벌이 수천마리의 알을 낳기 전에 잡아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덫에 걸린 장수말벌들에 무선주파수태그칩을 부착해 이동 경로도 파악할 계획이다.

부디 이들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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