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아파트 통로에 출몰하는 우산의 정체

조회수 2021. 4. 16. 2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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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한 주민들이 출입구 처마 밑에 서 있다가 한쪽에 우산 여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우산들은 아파트에 사는 70대 노인이 아침에 빗소리를 듣고 꺼내놓은 겁니다. 혹시 필요하면 가져가시라고 말이죠.

출처: 보배드림

2018년 5월의 황금연휴 마지막 날 울산에는 아침부터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내렸습니다. 우산을 챙기지 않고 길을 나선 아파트 주민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살이 부러지지도 고장 나지도 않은 우산들을 발견합니다. 새것이나 다름없는 우산들은 이 아파트에 사는 70대 노인이 가져다 둔 것이었습니다. 


사회에서 주어진 몫을 다하고 은퇴한 할아버지는 조금 무료했던 듯합니다. 내가 더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여기저기 버려져 뒹구는 우산이 꽤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우산을 고쳐서 나눠주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우산을 주우러 다니는 일은 할아버지의 일과가 됐습니다. 동네를 산책할 때, 재활용 수거장을 지나칠 때, 휴지통에 뭔가 길쭉한 것이 꽂혀 있을 때 버려진 우산이 있나 살펴보고, 있으면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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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산들은 할아버지의 만능 손을 거치면 아무리 낡은 것도 새것처럼 됐습니다. 


그 우산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아파트 계단과 통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한 주민은 인터넷에 ‘우리 아파트 어르신’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글쓴이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 비를 맞고 출근·외출하는 주민들을 위해 각 통로마다 이렇게 내 놓으신다”며 아파트 계단에 가지런히 놓인 우산 사진을 공개했죠.

출처: 보배드림

사진에는 대여료 안내문도, 반납 안내문도 없었습니다. 누구든 그냥 가져가서 잘 쓰면 그 뿐이었죠. 


“매일 당신과 동행하는 이웃의 길 위에 한 송이 꽃을 뿌려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우산은 할아버지가 주민들에게 건네는 선물이고 ‘이웃의 길에 뿌려놓는 꽃’ 같은 것이었습니다. 


글을 쓴 주민은 우산 할아버지가 우산 말고도 많은 것을 고친다고 했습니다. 누구네 식탁이나 의자 같은 것이 고장 났다는 말을 들으면 찾아가서 새것과 다를 바 없이 수리해 주셨죠. 


산타의 선물을 받으려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듯 어쩌면 아파트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우산을 만나려고 비가 오기를 기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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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아버지처럼 봉사와 선행을 하는 이들은 그저 내가 행복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할아버지도 못 쓰게 된 물건이 할아버지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게 됐을 때 흐뭇한 미소를 지으시겠지요. 


남을 돕는 게 거창한 일이 아니라는 걸 울산의 ‘우산 할아버지’를 통해 다시 한 번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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