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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락당한 기분..26만 명이 몰린 "로또 아파트"가 보여준 현실

조회수 2020. 6. 29. 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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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제도는 '내 집 마련'에 다가갈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그러나 사실상 청약에 당첨되기란 쉽지 않다. 2019년 3분기 서울 아파트 단지의 평균 청약 가점은 56.4 점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10월 강남구에서 분양된 아파트 최저 가점은 64점, 강북 인기 지역 역시 60점을 넘어선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그리고 청약 통장 가입 기간 이 3가지 조건으로 결정된다. 만약 미혼인 사람이 청약에 도전할 경우, 무주택 15년 이상(32점)+부양가족 0명(5점)+청약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이 되어야만 54점의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서울 평균 청약 가점보다 낮은 숫자다. 

2020년 7월 29일로 미뤄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청약 당첨 커트라인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청약 제도가 '로또'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의 청약률을 기록한 아파트 단지가 있다. 경쟁률이 실제 로또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연 어떤 단지이길래 이리도 많은 사람을 청약에 뛰어들게 한 걸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성수동의 새로운 랜드마크

로또 아파트의 주인공은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다. 대림산업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의 첫 리뉴얼 단지로, 서울 대표 부촌으로 자리매김한 성수동에 들어설 예정이다. 이미 인근에 트리마제, 갤러리아 포레 등의 고가 주택들이 즐비해, 이들의 뒤를 이어 성수동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대림산업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브랜드인 만큼 단지 시설 역시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는 복합주거문화 단지로, 2개 동의 주거 단지와 오피스 빌딩, 4층 규모의 아트 센터로 구성된다. 이 중 주거 시설은 지하 5층~지상 49층 규모의 2개 동으로, 서울숲과 한강 변을 그대로 조망할 수가 있다. 각 동에는 운동 시설과 게스트룸을 비롯해 사우나와 뷰티 살롱, 팻케어룸까지 들어선다.


우수한 입지도 해당 단지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는 강남 접근성이 매우 뛰어날뿐더러, 서울숲 덕에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다. 이러한 황금 입지와 대림산업의 '아크로' 브랜드 가치가 더해져, 2017년 3.3㎡당 분양가 4,750만 원으로 역대 최고 분양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3가구 청약에 몰려든 26만 명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의 인기는 분양 후 3년이 지난 2020년 5월 20일 다시 한번 재현되었다. 일반 분양 당시 당첨자가 청약 부적격자로 판정되면서 3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해당 가구의 주인을 찾기 위해 대림 산업이 무순위 청약을 공고했다. 청약이 진행되는 가구는 전용면적 97㎡B(17억4,100만 원), 159㎡A(30억 4,200만 원), 198㎡(37억 5,800만 원)로 3년 전 분양가와 비슷한 가격이다.

신청일이 되자 사람들이 빠르게 몰려들었다. 최종 신청 인원은 26만 4,625명으로, 이 중 전용면적 97㎡B에만 21만 5,085명이 신청했다. 159㎡A와 198㎡ 또한 각각 3만 4,959명, 1만 4,581명의 신청자를 기록하며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에 인기를 실감케 한다. 26만 명을 넘는 신청자는 무순위 청약 사상에서도 최고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인원이다. 

대출도 안 되는데··· '로또 분양'으로 화제 된 이유

청약에 당첨되었다고 능사는 아니다. 당첨자는 발표 다음 날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9월까지는 중도금 10%를 지불해야 한다. 평수에 따라 계산하면 최소 3억 4,820만 원(97㎡B의 분양가 17억 4,100만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금액이지만 담보대출로 충당하는 건 불가능하다. 성수동은 투기 지역으로 선정되어 15억 원 이상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이 금지되어 있어서다.

이러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에 사람들이 몰려든 이유는 높은 청약 문턱 때문이다. 주택 공급 개정안에 따라, 2년 연속 서울에 거주한 사람만이 우선 공급 대상자에 해당한다. 그러나 해당 단지에서 진행된 무순위 청약은 '만 19세 이상의 수도권 거주자'라면 청약 통장과 점수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청약을 바랐던 인천/경기권 거주자들에게 최고의 기회인 셈이다.

무엇보다 아파트 한 채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2017년 17억 4,000만 원에 분양되었던 97㎡B는 현재 30억 원을 호가하고 있다. 실제로 인근 트리마제 전용 84㎡는 지난 2월 29억 원에 거래되었다. 5월 진행된 무순위 청약은 3년 전 분양가로 제공되므로, 당첨만 되면 그야말로 '로또'인 것이다.


자금 조달에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전세 세입자를 구한다면 괜찮다. 아크로 서울 포레스트 청약 당첨자는 12월 입주까지 잔금(분양가의 80%)을 납부해야 한다. 이를 전세 세입자가 충당한다면 잔금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가가 최소 14억 원부터 시작해 전세 수요가 없을 가능성도 크다. 

5월 27일 진행된 당첨자 발표를 통해 로또 분양의 주인공이 결정되었다. 3명 모두 계약금 지불을 완료했으나, 관련 서류 제출 현장에서 198㎡ 당첨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계약이 불발되면서, 해당 가구는 2순위 당첨자에게 분양 기회가 돌아갈 예정이다. 그 어렵다는 청약 당첨의 주인공이 된 이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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