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입주했어도 힘들어, 공항 주변 실거주자가 뽑은 가장 큰 단점

조회수 2020. 6. 30. 09: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소음'은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꼽히는 요소 중 하나다. 층간 소음의 경우, 이웃 간의 불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심각한 범죄로 번져나가기까지 한다. 실제로 2015년부터 5년간 층간 소음 민원은 5,350건으로 집계되면서, 소음이 주거 불만을 야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대두되기도 했다.


그런데 층간 소음처럼 이웃 간 배려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주거 문제가 있다. 바로 단지 위로 지나다니는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다. 공항 주변 거주자들은 항공기 하나로 과연 어떤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걸까?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스트레스는 기본, 심하면 건강 문제까지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일반 층간 소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항공기 소음은 웨클이라는 단위로 측정되는데, 인간은 63웨클을 넘어서면 맥박수가 증가한다. 이후 73웨클은 수면장애가 발생하고, 93웨클을 넘어갈 경우 청력 장애까지 앓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일반 성인남녀보다 쇠약한 아이나 노인이라면 이보다 더 낮은 수치에서도 건강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신월동을 지나다니는 비행기의 모습

특히 민간 공항 주변의 피해가 막심하다. 운항 횟수에 따라 소음을 겪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서울 양천구 신월 3동의 경우, 2018년 평균 387대에 달하는 비행기가 지나다녔다. 주민들은 하루 3분 꼴로 비행기가 이동하는 소음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종일 계속되는 소음을 조금이라도 막고자 매번 창문을 닫아도 소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군 공항 역시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제기하면서 비행 횟수나 시간에 제한이 생기긴 했으나, 훈련을 게을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는 여전하다. 게다가 군 공항은 비행안전구역 고도제한이 매우 엄격하다. 이전 계획에 따라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는 동구에 자리한 628만 6,000㎡ 규모의 군 공항(K-2)으로 인해, 면적의 약 13%가 고도 제한으로 묶이기도 했다. 현재는 공항이 이전되면서 해당 부지는 최첨단 스마트시티와 수변도시로 새롭게 탄생할 예정이다.

갈수록 떨어지는 집값은 덤
(좌) 고강 1차 아파트, (우) 금하 뜨라네

무엇보다 갈수록 떨어지는 집값에 공항 주변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포공항이 인근에 위치한 '고강 1차 아파트'는 서울과의 인접성, 재건축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23평 실거래가가 1억 5,000만 원 선을 웃돌고 있다.


2016년 준공된 신월동 '금하 뜨라네' 역시 31평의 실거래가가 평균 2억 3,250만 원을 기록하며 다소 낮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동일한 크기의 단지가 차로 5분 거리임에도 5억 1,000만 원의 매매가를 기록한 것을 볼 때, 항공기 소음이 이러한 가격 차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구는 민간공항과 군 공항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소음 공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공항 주변인 지저동과 불로동, 검단동 단지 거주자들의 불만이 크다. 검단동 '영도 파라다이스 아파트'는 20평 매매가가 7,100만 원, '청구 유성아파트'는 14평 매매가가 9,600만 원으로 1억을 채 넘지 못했다. 공항 뒤편에 자리한 도동 '에덴공항 3차' 아파트 또한 22평이 8,500만 원으로, 실거래가가 다소 낮았다. 모두 항공기 소음으로 불편을 겪은 단지다.

부산 역시 김해국제공항 인근 낙동강 벨트 지역에서 집값도 비슷했다. 공항 옆쪽 명지동 내 17~20평 단지들 대부분이 1억 원대를 호가하고 있었다. 모두 역세권에 속한 단지들임에도 저조한 성적이다. 이른바 효리 효과를 본 제주 애월읍도 제주공항 항공기 소음에 애월항 소음까지 더해져 주민들의 한숨이 늘어가는 중이다. 실제로 제주도 인구의 14%인 6만 6,000명이 항공기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 끗 차이로 보상 안 될 수도

정부에서도 이와 같은 피해에 보상 제도를 펼치고 있다. 방음벽 설치를 지원하거나, 소음을 피하고자 창문을 닫아두는 주민들에게 냉난방기 설치와 전기료로 보상하는 중이다. 이러한 지원 제도는 소음 정도를 측정해야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웨클 차이로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기도 해, 억울함을 느끼는 주민들도 종종 존재한다.

군 공항 소음 피해 보상은 매번 법정 소송을 진행해야만 해, 그 절차가 더욱 복잡했다. 이로 인해 소음 문제가 심각했음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다행히 2019년 11월 '군용비행장·군 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소송 없이도 1년 단위로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수원·광주·대구의 경우 군 공항 소음이 85웨클 이상, 이외의 지역은 80웨클 이상을 넘어갈 때 해당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

최근 감염병 위험으로 국내·국제 항공편이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소음 공해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과거보다 단지 위를 지나가는 항공기는 적은 편이다. 하지만 다시 항공기 운항 횟수가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되면 주민들이 피해는 전과 똑같아질 것이다. 부디 국토부와 지역 주민들 간의 원만한 협의로 주거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란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