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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에 살면 병 걸린다' 소문에 업계관계자가 한 말

조회수 2021. 3. 25.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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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각종 학자들은 고층 아파트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아파트에 입주할 때 주민들은 저층보다는 고층을 선호하며 가격 차이도 상당하다. 일부 1층 거주민은 “집 안을 들여다보려는 사람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파트를 둘러보면 1층 거실 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해 가리고 사는 이들이 태반이다. 조건만 보면 1층이 병에 걸릴 것 같은데 왜 ‘높은 곳에 살면 병이 난다’라는 소문이 도는 걸까? 조금 더 알아보자.

고층은 ‘지기’가 닿지 못해
지기의 최대는 6층

평당 1억을 돌파한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좋은 예다. 2018년 3월 1층 전용면적 84㎡ 매물이 21억에 거래되었지만, 고층인 15층 전용면적 84㎡이 26억 8000만 원에 매매되었다. 같은 평형임에도 층수가 달라 5억 80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소위 로열층으로 불리는 아파트 고층은 전망이 좋고 일조량이 저층보다 높으며 사생활 보호에 유리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1층은 상대적으로 일조량이 적고 조망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데다 사생활 보호에도 취약하다.


지금은 덜하지만, 6070세대까지만 해도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분들이 많았다. 풍수지리에 따르면 집은 온전한 터에 있어야 재물이 모이고 훌륭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온전한 터’는 땅의 힘인 ‘지기’가 중심인데, 아파트 고층은 이 ‘지기’가 닿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피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지기'(地氣)는 흙에 머물고 흙에 따라 흐르는 것이다. 흙은 바위나 돌, 모래와 달리 ‘생기’인 물을 적절하게 품고 있어 명당의 조건이 된다. 물을 품지 못하는 모래는 흉지로 본다. 모래 위에 세워진 롯데월드타워를 ‘사상누각’이라며 흉지로 보는 까닭 중 하나다. 다만 실제 롯데월드타워는 19m에 달하는 모래를 걷어내고 30~37m 암반대에 세워져 모래위에 세워졌다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


그렇다면 아파트에서 ‘지기’가 닿는 높이는 어디까지일까? 풍수지리에서는 나무가 크는 20~25미터를 지기의 한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람이 ‘지기’를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수는 6층이 되는 셈이다. 그 이상 층수에서는 썩은 흙이 아닌 생토로 조성한 정원이나 화분을 두어 ‘지기’를 얻을 것을 권하고 있다.

지자기 결핍, 질병의 원인
고층, 중력 덜 받아

이런 ‘지기’의 개념이 과학적으로 일리 있을까. 과학적으로 지구는 자성을 띤 하나의 자석이다. 이 지구의 자기를 지자기라고 부른다. 지표면에서 측정된 지구의 지자기는 0.5가우스(gauss)지만 4층 이상 올라가면 지자기가 0.25가우스로 떨어진다. 고층 생활이 많은 이들은 지자기의 영향을 저층보다 적게 받는 셈이다. 일각에서 각종 질병의 원인을 지자기 결핍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또 미국 표준 기술연구소에 따르면 고도가 높을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기초로 ‘광시계’라 불리는 원자시계를 통해 직접 지표와 높은 고도에서의 시간차를 분석한 결과다. 일반상대성 이론은 쉽게 말해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라는 것이다. 고층은 지구에서 먼 만큼 중력도 지표보다 약할 수 밖에 없다.

연구에서 시간 측정에 사용된 ‘광시계’는 37억 년에 1초 미만의 오차율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고도 1m 차이 만으로도 시간이 빨리 흐른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해당 결과에 따르면 33m 높은 곳에 사는 사람은 낮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무려 9억 분의 1초만큼 노화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 측면에서는 별 차이 없었다.

뇌손상이 우울증 유발
고층우울증, 한국은 낮아

하지만 고층 거주자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서울아산병원과 미국 유타대학교 뇌연구소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높은 곳에 장기간 머물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1979년부터 1998년까지 20년간 자살한 총 인구 59만 2737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


연구에 따르면 해발고도 1000m 높아질 경우 자살률은 34.2%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남국 교수는 “1000m 이상 올라가면 고산증 증상이 아니더라도 약한 저산소증으로 뇌가 손상받을 수 있다”라며 “뇌 손상으로 우울증이 생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김남국 교수는 ‘기분장애’가 있는 사람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의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해발 8848m다.

한국 통계청의 2005~2008년 자료에 따르면 총 자살인구 4만 7696명의 데이터에서도 해발고도 1000m 증가하면 자살률이 62.5%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도에 따른 자살률 증가는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았으나, 아파트에서 고층 우울증은 한국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 관계자는 “로열층이라는 자부심이 고층의 우울감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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