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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언니네 이발관 1집부터 6집까지

리더 이석원이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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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이 지난 8월 7일에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6집이 마지막 앨범이라고 못박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정말로 은퇴 선언을 하니 예상보다 깊은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윤종신은 소식을 접한 뒤 “힘이 조금 빠진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지난 여섯 장의 앨범을 돌아봤습니다. 

1집 <비둘기는 하늘의 쥐>

언니네 이발관이 거짓말에서 시작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피씨 통신 음악 동호회에서 독설가로 유명했던 이석원은 자신이 ‘언니네 이발관’이란 밴드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이게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정말로 같은 이름의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허언으로 시작해 전설이 됐으니 이만한 결성비화가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1집의 포인트는 ‘모던 록’에 있습니다. 당시엔 한국에서 ‘록’ 하면 다들 ‘헤비 메탈’을 떠올렸습니다. 모던 록 팬들이 꽤 있긴 했지만 직접 하는 팀은 적었습니다. 드물던 시대에 발빠르게 앞서 간, 한국 모던 록의 선구적 앨범입니다. 경향신문과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2집 <후일담>

인디 록 팬들 중에 이 앨범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대표작이자 홍대 씬을 상징하는 앨범입니다. 그 시절의 음악 팬들은 ‘어제 만난 슈팅스타’를 들으며 슬픈 감상에 젖었던 경험을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하고 다닐 것입니다. 수록곡 대부분을 공동으로 작곡하고 편곡한 정대욱은 현재 가을방학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바비입니다. 언니네 이발관은 훗날 음악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다수 거쳐간 그룹으로 유명합니다. 윈디 시티의 김반장도 1집에서 유철상이란 이름으로 드럼을 쳤습니다. 

3집 <꿈의 팝송>

3집에서 언니네 이발관의 음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전엔 ‘기타 팝’으로 불릴 정도로 기타 위주의 편곡을 들려줬지만 이 앨범에선 건반의 비중을 높이며 색다른 사운드를 구사합니다. 악기 스펙트럼이 넓어지며 감각적이고 컬러풀하게 변했습니다. 특유의 우울감과 몽롱한 사운드가 훌륭한 중간에서 만나 낭만적인 여운이 가득했습니다. 전보다 록 색깔이 줄어들고 멜로디의 대중성도 높아져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좋았습니다. 사실 2집은 좋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실패해 4년의 공백기라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3집은 변신에 대한 호평과 대중적 호응까지 이끌어내 재기작이자 전환점이 됐습니다. 판매량, 인지도, 사운드 등 많은 면에서 제2의 시작이었습니다. 

4집 <순간을 믿어요>

4집에서도 변화는 이어졌습니다. 첫 곡 ‘바람이 부는 대로’를 들어보면 같은 밴드 맞나 싶습니다. 깔끔하고 몽롱한 톤의 기타를 선호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헤비한 하드 록 사운드를 탑재했습니다. 리드 기타, 베이스, 드럼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강하게 몰아붙입니다. 이석원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조지는’ 사운드를 잘하는 엔지니어를 찾아가서,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최고로 터지는 사운드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5집 <가장 보통의 존재>

5집은 세 가지로 유명합니다. 첫째, 완성도를 중시하는 이석원이 발매를 계속 연기하는 바람에 팬들이 ‘기다리다 지친’ 앨범입니다. 둘째, 그러나 나온 결과물은 훌륭해 4년의 긴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초도물량 5천장이 매진되고 금방 1만장을 돌파해 ‘인디 밴드 1만장 시대’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셋째, 음악적으로 다시 심플해졌습니다. 3집과 4집에서 도드라지던 풍성한 편곡과 강한 기타 사운드를 뒤로하고 소박하고 쓸쓸한 기타 팝을 선보였습니다. 이석원은 완성도 못지않게 새로움을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6집 <홀로 있는 사람들>

6집 역시 작업 기간이 길어지고 팬들을 애태운 앨범입니다. 덕분에 이석원의 완벽주의가 밴드의 대표 캐릭터로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정규 앨범으로 따져 9년 만에 나왔으니 밴드 역사상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특별히 새로운 시도보다는 언니네다운 곡들과 작은 변화들로 채워진 앨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홀로 있는 사람들’이 가장 좋았습니다. 일렉트로닉 베이스와 신스 팝 분위기가 자아내는 몽롱한 무드가 가사 및 멜로디와 정말 잘 어울렸습니다. 특히 이 가사는 짧은 문장으로 긴 여운을 자아냅니다. “나는 세상이 바라던 사람은 아냐. 그렇지만 이 세상도 나에겐 바라던 곳은 아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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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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